야고부-'진짜 환경미화원'

입력 2003-06-24 11:50:12

중국 제나라 때 돈을 몹시 탐하는 관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번화한 시장에 들어가 금은방을 털었다.

금부처를 훔쳐 도망치던 그는 사람들이 많은 시장 한복판에서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조사관이 어이없는 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무슨 배짱으로 도둑질을 했느냐'고 심문했다.

그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뭐라고요? 내가 금부처를 훔칠 때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고 금부처만 보였는데요'. 중국의 고전 '열자'에 나오는 고사지만, 삶의 의미가 돈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의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말로 들리기까지 한다.

쯠요즘 우리 사회는 돈에 눈이 멀어 무턱대고 집어삼키는 모습이 비일비재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비리와 부정.부패가 중병을 앓고 있으며, 황금만능주의가 가져온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않고 터지고 있다.

카드 빚 때문에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몸값을 노리고 납치한 여대생을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잇따르기도 했다.

우리 선조들이 받들었던 '사불삼거(四不三拒)' 정신은 아득한 옛말이 돼 버린 느낌이다.

쯠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1천200만원이 든 가방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줬다는 미담이 들린다.

서울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방원일씨가 학생용 가방을 발견, 학생증이라도 나오면 돌려주려 열어보니 거액의 지폐와 수표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런 거액을 처음 주워본 그는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떠올리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바로 인근 파출소에 신고, 주인이 찾게 됐다는 이야기다.

쯠경찰 확인 결과 이 돈은 길거리에서 30대 남자가 괴한 두 명에게 날치기를 당해 뒤쫓다 놓쳤는데,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괴한들이 돈의 일부만 빼고 버려 둔 것이었다고 한다.

이 미담에서 특히 감동적인 대목은 가난한 방씨의 착한 마음씨이다.

"땀 흘려 일해본 사람들은 남의 돈 귀한 줄 알기 때문에 함부로 욕심내지 않습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미화원이 가방을 주웠어도 주인을 찾아줬을 것입니다". 당연한 일로 여기고 겸손해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쯠지금 우리는 심각한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각종 부패.비리 사건은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빠지게 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좇는 사회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하는 건 많은 부정.부패가 권력 핵심부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죽했으면 중고생 10명중 9명이 부패 사회라고 했겠는가. 미화원 방씨처럼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희망을 갖게 '환경이 미화된 사회'를 꿈꿔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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