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지방직화 갈등

입력 2003-06-24 09:30:37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교육계에 또다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교원 지방직화가 법안 마련 직전에 와 있는 것. 이번에는 한국교총과 전교조, 한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서 정부와 교육계의 정면 마찰이 예상된다.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추진돼 왔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짚어본다.

▲추진 배경과 과정=현재 교원은 국가공무원이다.

시·도 교육청이 대신하고 있지만 교원 임용과 전보 등에 대한 권한은 엄연히 대통령과 교육부에 있다.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지방분권화 추세에 맞춰 교육자치를 실현하고 인사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지난 4일 실무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25일에는 전체 회의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교원 지방직화는 지난 91년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법이 마련될 때 처음 거론됐다.

이후 거의 해마다 교육부는 연초 업무보고 때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교육계 반발에 밀려 흐지부지됐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때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까지 했지만 착수조차 되지 못하고 보류됐다.

지방분권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이번 정부도 교원 지방직화 문제를 지방이양추진위에 이를 맡겼고 여러차례 심의가 이뤄져 마침내 의결을 앞두게 된 것이다.

▲지방 이전 내용=25일 지방이양추진위에서 시·도 교육청에 넘기기로 의결할 교원 지방직화 관련 사무는 모두 4개. 여기에 대해 교육부는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시·도 단위에서는 안건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교육감 소속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 임용(14개 시·도 동의) △초·중등 교장 임용(찬성8, 반대8) △초·중등 교장 전보(15개 시·도 동의) △교감·교사·장학사 등의 임용(15개 시·도 동의) 등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대통령 또는 교육부장관으로 돼 있는 교원 임용권자가 시·도 교육감으로 바뀌게 된다.

법적으로는 지방공무원인 교육감이 국가공무원인 교원을 임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교육공무원법을 국가공무원법에서 삭제하고 지방공무원법에 새로 규정해야 한다.

현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장학관·교육연구관은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고, 교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고, 임기중 전보도 교육부 장관이 하며, 교감 이하 교원은 교육부 장관이 임용하고 있다.

▲찬·반 논란=우선 지방이양추진위는 교원 임용권을 지방으로 넘기려는 이유로 지방교육자치 정착, 인사업무 효율화, 행정 절차 간소화를 들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임용권은 이미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된 사항으로 인사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고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도 교육감들은 나아가 교원 정원 책정 업무도 시·도 교육감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 초·중등 교장 임용 안건에 반대가 많은 것은 예우 차원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교직사회의 정서상 지방직화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미 시·도 교육감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사무 이양의 실익이 없다며 반대했다.

교원 지방직화를 바라보는 교원단체들의 입장은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현 지방교육재정 자립도를 고려하면 행정 편의를 위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너나없이 강력한 반대 투쟁을 경고하고 있다.

교원이 지방공무원이 되면 보수나 근무 환경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하는데 지방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을 중앙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부작용이 뻔하다는 것이다.

우선 시·도별로 재정 자립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교원의 보수와 교육여건, 교육환경 등에서 지역별 격차가 커질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또는 계약제 임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교원의 신분 보장이 어려워지고 사기가 저하돼 교육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교원 지방직화 이전에 지방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것. 지난 2001년 기준 광역자치단체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광역시는 평균 76.1%, 도는 평균 44.7%였다.

서울이 95.6%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22.0%로 최악을 기록했다.

대구는 75.3%, 경북은 31.3%에 그쳤다.

NEIS 문제로 치른 한바탕 홍역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육계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교원 지방직화 추진은 또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혼란을 감수하고 지방분권화로 가느냐, 교육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를 두고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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