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대화와 타협

입력 2003-06-24 09:30:37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사회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상한 풍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 전교조와 학부모의 갈등, 진보주의자들과 중도우익론자들의 갈등같은 모든 사회집단들의 의견충돌시에 대화와 타협이 최선의 해결방법인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주장을 잘 듣고 조금씩 서로 양보하여 적당한 선에서 흥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식은 매우 이상적인 것 같지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시작되면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곤란하다.

시비를 따지다 보면 타협이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옳은 쪽이나 틀린 쪽이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를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틀린 쪽은 부당한 이득을 보고 반대로 옳은 쪽은 부당한 손해를 보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대화와 타협이 시작되면 아무리 틀린 주장이라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법과 원칙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결국 목소리 크고 악착같은 집단들이 이익을 보게되는 것이다.

법이란 발생가능한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국민적 합의하에 국가가 사전에 만들어 놓은 원칙인 것이다.

도둑과 경찰은 대화와 타협을 해서는 안된다.

대화와 타협은 근본 뜻이 같은 사람들이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목표가 다른 공산주의자와 자유민주주의자들 간에는 햇볕이니 뭐니하는 타협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몇 년전 의약분업시행을 주장하는 정부, 약사, 시민단체들과 의사들간의 갈등이 있었다.

이 문제 역시 어느 정책이 저비용 고효율정책이냐, 하는 것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했지만 결론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료보험료는 폭등하였고 그 부담은 환자, 아니 전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사회적 갈등을 원칙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반드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할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부간의 갈등, 부모 자식간의 갈등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사용자와 노동자, 생산자와 소비자같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집단간의 갈등은 반드시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지구상에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대한미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무질서한 타협과 흥정보다는 법과 원칙의 참 뜻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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