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함께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교실을 채우는 시기다.
일반인들로서는 참기 힘든 것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정작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여름의 더위나 졸음이 아니다.
1학기가 시작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기대한 만큼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데서 오는 자신감의 상실과 무력감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며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생산성이 없다.
이럴 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수험생 자신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 놓고 조언과 충고를 구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만성피로
A군은 5월이 지나자 늘상 피곤함을 느낀다.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오전 6시50분까지 등교해 방송수업, 정규수업, 보충수업 등을 다 받고 오후 6시에 저녁 식사를 한다.
밤 1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한다.
제자리를 맴도는 생활. 3, 4월은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는데 5월 중순 이후에는 밤낮 없이 잠만 쏟아지고 하루 종일 힘이 없다.
비슷한 사정은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보였다.
A군은 "학급 학생중 반 이상이 아침부터 졸기 시작해서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보낸다"며 "자율학습 시간에 어떤 반은 당번을 정해놓고 감독 선생님이 오시면 서로 깨워준다"고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만성피로에 젖어있다.
"아침부터 자율학습 마칠 때까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집에 옵니다.
그런데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쏟아지던 잠이 다 달아나 버립니다.
공부를 하거나 좀 꾸물거리다 보면 새벽 1시가 넘는 게 보통이고 새벽 2시 이후에 자는 날도 많습니다".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석달 정도 지속되었으니 초인적인 의지나 체력을 갖고 있지 못한 학생은 만성피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고3 담당 교사들의 얘기다.
한 고3 담임은 "해마다 이 시기는 절반의 수험생이 입시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시점"이라며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은 그럭저럭 참고 견디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하루하루를 괴로워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상담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생활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만성피로의 증세가 있으면 주중에 하루 정도는 일찍 집에 가서 푹 쉴 수 있도록 상의해 보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자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
수면 부족은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학습의 생산성 저하, 나아가 의욕과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진다.
지금쯤은 가정에서도 수험생의 상태를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아직도 수험생은 아무 것도 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또 그렇게 강요를 한다.
그런 사람은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잘 논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얼마나 오래이냐보다는 얼마나 집중하느냐를 중시하는 학생들이 대체로 성적이 좋다.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이 중시되는 수능시험은 더욱 그렇다.
토.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부를 하는데도 잘 노는 학생보다 성적이 안 좋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일주일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생은 공부를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공부외적인 취미나 건전한 오락에 몰두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어떤 일에 더욱 몰두할 수가 있다.
주말 한나절 정도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 비디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 오락 등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주말엔 기분전환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주말에 산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해보면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수험생들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공부에 바치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생산성은 형편없는 편이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한쪽으로만 몰아붙이기 때문에 사고도 편협하고 융통성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 관리 능력도 없다.
한 국어과 교사는 언어영역 때문에 고민을 하는 수험생들에게 주말에 산에 가라고 한다.
산에 올라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멀리 들판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보는 것이 하루 종일 교실에서 언어영역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보다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정 시간 책에 몰두했다면 그 만큼의 빈 시간이 있어야 습득한 지식이 자기 것으로 머리 속에 제대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는 숲과 나무를 번갈아 보아야 사고의 폭과 깊이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이치와 같다.
적절한 육체활동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보약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모의고사와 같은 시험을 치를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여드는 증세를 특히 심하게 느끼는 학생은 그 원인이 운동부족인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도 최종 승부는 마지막 한두 달이다.
이 때 체력은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간을 내 운동하기가 어렵다면 식사시간 후 가볍게 산책하거나 교실에서도 자주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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