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 결과

입력 2003-06-23 15:34:10

올 상반기 중 치열하게 전개된 대구지역 재건축사업 수주싸움에서 지역에 본사를 둔 업체들은 풍작, 서울 등 외지에 본사를 둔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평년작, 롯데건설·삼성물산은 흉작을 이뤘다.

대구에 본사를 둔 화성산업은 지난달 있은 달서구 송현동 '송현주공'아파트 조합 총회에서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에 롯데건설과 함께 뛰어들면서 재건축에 눈을 뜬 화성산업은 이번에 국내 굴지의 롯데건설·삼성물산과 맞붙어 힘겨운 싸움 끝에 승리, 전국 건설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또 'AID(수성구 만촌동)''효목주공' 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 등으로 지역 재건축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태왕은 지난 4월 북구 복현동 '복현주공 3단지'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신성건설과 경쟁, 여유롭게 수주했다.

영남건설은 '복현주공 4단지'에서 신성건설과 경쟁, 패하긴 했지만 지난달 21일 있은 달서구 본리동 '무궁화' 아파트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사업자로 선정, 1군 업체로서의 명성을 과시했다.

이로써 지역의 대형건설사들은 자금력과 수주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대 업체에 대한 흑색선전 등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서울업체와의 경쟁속에서도 1개 단지씩을 확보, 건설도시의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외지업체들은 전리품을 차지한 격으로 침울하다.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를 앞세울 경우 지역업체와는 경쟁도 안될 것이란 사전 판단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단지마다 탈락한 건설사의 재건축담당 임원들이 해당 건설사 CEO에게 혼쭐(?)이 났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모처럼 지역에서의 주택사업 시동을 위해 야심차게 덤볐던 '송현주공' 아파트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오래전부터 조합원들을 상대로 삼성물산의 브랜드파워를 내세우며 수주에 공을 들인 데다 막판에 롯데건설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목적달성을 노렸으나 화성산업에 참패했다.

한국갤럽에 의뢰한 3번의 설문조사와 인기연예인초청 마당에다 선물공세까지 폈으나 분위기는 좀처럼 돌아오질 않았다.

이후 달서구 성당동 '성당주공' 아파트 재건축조합 총회에선 대림산업과 컨소시엄으로 참여, 시공사로 선정되긴 했지만 '송현주공'과 '성당주공' 단독 수주계획이 결국 무산된 셈이다.

롯데건설도 당초 3개 단지 수주를 목표로 담당 이사진과 책임자들을 대구에 상주시키다시피 했으나 현재까지 1개 단지(서구 중리주공)만 손에 넣은 상태. '송현주공'과 '성당주공', '수성우방1차' 등에 참여했으나 승리를 하진 못했다.

지난 2001년 외지업체로선 선두격으로 대구에 진입한 롯데건설이 이처럼 지역 재건축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올 초 입주한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아파트에 대한 마무리공사를 제대로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있다.

대림산업은 오로지 '성당주공1,2단지'에만 공을 들인 끝에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수주했고, 대우건설은 일찌감치 '수성우방1차' 아파트를 접수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조합원총회를 연 서구 '신평리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대부분 재건축 단지에서는 재건축추진위 측이 참여업체를 전국 상위 업체로 제한하는 바람에 지역업체들은 참여하는 데서부터 어려움을 겪었으며, 외지에 본사를 둔 업체들은 단지별로 상대사를 밀어주는 식으로 입찰에 불참한 경우도 있어 담합의혹도 사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에 의한 조합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사업제안을 할 수 있도록 입찰문턱을 낮추는 작업과 함께 업체들 간 담합을 막을 수 있는 이중삼중의 장치마련이 필요하다.

지역의 몇몇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나타나듯 건설사들이 담합을 할 경우 조합원들에 대한 무상지분금은 줄어들고, 추가부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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