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만여명의 발을 묶을 대구지하철공사 노조 파업이 24일 새벽부터로 예정된 가운데 이를 놓고 "다른 도시는 몰라도 넉달 전 참사로 만신창이가 된 대구지하철이 파업해도 되는 것이냐"는 시민들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노사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파업의 불법성을 놓고 이견이 첨예하다.
◇파업의 월권 논란
대구지하철공사 노조는 △정원 부족인력(108명) 충원 △2인 승무 및 안전인력 확보△안전 방재시설 확충 △시민안전 우선 경영체제 확립 △대정부 교섭 등의 '특별단체교섭' 요구안과 자동 승진, 조합간부 출장 인정 등 단체교섭 요구안을 내놓고 지하철공사와 교섭을 벌여왔으나 결렬됐다.
하지만 지하철노조는 이번 파업 이유로 '시민의 안전 확보'를 들고 있는데다 중앙정부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 노사간 단체교섭의 범주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 김사익 조정과장은 "관계법령을 기준으로 볼 때 노사간 단체교섭은 반드시 근로조건과 관련돼야 하지만 일부 요구는 근로조건과 관련 없다"고 판단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김영재 상경대학장은 "노사 교섭은 상대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지, 적자 투성이인 지하철에 경상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킬 인원 확충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해선 도저히 교섭이 될 수 없다"며 "노조가 법적 역할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하철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진근 조직부장은 "시민안전이 곧 근로자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이 요구는 근로조건 개선에 관계된다"며 "단체교섭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쟁의 제한 무력화 논란
지하철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상 병원.통신.전기.가스.철도.정유 등과 함께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노조의 파업권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지하철노조는 노동위의 파업권 제한 조치가 있더라도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불법 파업도 불사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경북지노위 위원장을 지낸 대구기능대 이창우 학장은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권 제한 장치는 사회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그 무력화 시도는 엄정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로써 근로자의 이익을 일부 제한한 것은 공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 학장은 또 "일부에서 필수공익사업장 제도가 선진국에는 없는 것이라며 대폭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노사문화가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반면 대구지하철노조 이원준 위원장은 "지하철보다 수송분담율이 높은 시내버스 노조에는 파업권을 주고, 분담율이 그보다 낮은 지하철의 파업권은 제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민 안전은 절박한 문제인만큼 파업이란 최후 수단을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기 적절성 논란
한국노동교육원 안종근 원장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외환위기 직후와 버금가는 최악의 경기 상황에 빠져 들었는데도 각 집단이 제 목소리만 내며 강공책으로 나가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사용자 자력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내세우고 파업에 들어간다면 국가 신인도는 물론 U대회를 눈앞에 둔 대구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당수 시민들은 참사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이니만큼 다른 도시 지하철은 몰라도 대구는 파업해서 안된다면서, 시민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지하철을 자주 탄다는 대학생 배현의(23.여)씨는 "지하철 참사 후 반쪽 통행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 또 파업을 통해 시민들의 발을 묶겠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들의 고통을 안다면 노조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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