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포 비결

입력 2003-06-23 11:52:56

세계 프로야구 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300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의 홈런 비결은 무엇일까?

최소 95m의 펜스를 넘겨야 하는 홈런 타자의 모습에서 흔히 거구를 연상하지만 이승엽은 183㎝, 85㎏으로 프로야구 선수 평균(1m81.9㎝, 83.3㎏)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뛰어나지 않은 체격의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바로 몸이 유연하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힘도 필요하지만 팽이처럼 순식간에 돌아가는 빠르고 부드러운 허리와 강한 손목, 든든한 하체에서 나오는 안정감 등이 조화를 이뤘기에 아치를 그린다는 것.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승엽의 경우 홈런을 치기위한 여러 조건을 절묘하게 갖췄다"면서 "특히 배팅후 팔로스로우가 좋은 것은 유연성이 뛰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툭 치더라도 하체와 허리의 부드러움이 바탕이 돼 비거리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볼을 끝까지 보고 순간 포착 능력이 뛰어나 배팅 순간 온 힘을 집중할수 있어 홈런으로 연결한다는 분석이다.

투수 출신이었다는 점도 기록 경신의 숨은 원동력이다.

올 시즌 1~11호 홈런중 8개는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오는 등 때를 기다릴줄 알 뿐만 아니라 이날 홈런을 포함, 최근 홈런 15개중 9개가 초구에서 작성돼 견제가 심해지면 노릴 줄도 아는 센스를 갖췄다.

이는 경상중-경북고 시절 투수로 뛰었던 만큼 투수의 심리를 훤히 알아 결코 밀리지 않는데다 침착한 성격도 뒷받침해준 덕분이다.

미국의 베이브 루스,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등 홈런왕들도 투수 출신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본인의 부단한 노력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왼손타자 출신인 윤동균 전 감독은 "데뷔 초기에 끊어치는 듯한 타법이 바뀌지 않았다면 오늘의 홈런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타격 폼을 바꿔 몸에 익히기 위해 남모르게 엄청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투수로 프로에 입문, 타자로 변신한 그는 피나는 손을 붕대로 감아가며 스윙 연습을 했는가 하면 이른 새벽과 밤늦은 시각에도 훈련을 거르지 않는 등 연습과 훈련이외에 홈런왕에 이르는 '왕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체 훈련에 남모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견제구로 받았던 바깥쪽 볼도 너끈하게 밀어쳐 담을 넘기는 '부챗살' 타법이 물에 올랐다는게 삼성구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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