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연장 요청... 곤혹스런 청와대

입력 2003-06-20 11:43:49

대북송금특검팀이 20일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북송금 수사 연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분명하지 않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하루 이틀사이에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을 수용했을 때와는 다른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청와대 정무팀과 민정팀의 분위기도 엇갈린다. 유인태 정무수석 등은 민주당의 특검수사 연장반대 건의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 등을 감안, 수사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유 수석은 "특검법 공포 결정할 때보다 더 고민스럽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특검기간 연장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사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는 민정수석실 분위기는 '특검 연장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대통령이 특검수사 연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단호하다. 문희상 비서실장을 비롯, 문재인 민정수석과 유 수석 등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이 공감하는 뚜렷한 범죄혐의 없이 전직 대통령을 조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반대해왔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생각을 천명하고 나선 것과도 같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특검수사 연장을 수용하면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유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할 수도 없다.

특검수사 연장에 기울어져 있는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특히 박지원 전 장관의 150억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마당에 특검수사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의 정치적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문 수석은 "연장요청서를 받아봐야 한다. 연장 사유의 합당성을 따져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수석의 언급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 연장요청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래저래 청와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문제는 특검수사 연장은 자연스럽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검의 DJ조사는 호남지역 정서를 자극할 만한 폭발성을 갖고 있다.

특검법 공포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던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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