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살벌한 직장인 사회

입력 2003-06-20 11:55:54

직장인 사회가 살벌하다.

감원바람이 다시 일면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상대방에 대한 음해나 세력화를 통한 위력과시 또는 편가르기 등으로 표출, 동료애나 동지애가 실종됐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회의시간에 말을 끄집어 내기가 무서워요. 여기서 박고, 저기서 따지고….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제시가 아니라 동료를 제압하려 들기만 하는 것 같아요". 올해로 직장생활 22년째인 포항공단 한 업체 간부 ㅇ씨(51)는 최근 사내에서 인력조정과 부서통폐합 가능성이 제기된 뒤 생겨난 사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다른 업체의 김모(55) 상무는 회사를 정치판에 비유했다.

"계보가 생겼어요. 고급 간부나 임원들을 중심으로 주도권 쟁탈전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부장.본부장 등 수장(首長)급의 신분에 이상이 생기면 하부의 부서나 팀전체가 위기를 맞는다는 생각에서 조직단위로 세력화하는 것은 IMF사태 이후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김상무는 전했다.

울산의 중견 ㄷ사 사원교육 담당 이성순(40) 과장은 "몇개의 부서나 팀을 한꺼번에 입소시켜 교육하는 것은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수별.직급별 교육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만 그룹별로 묶으면 경쟁이 아닌 세대결로 비화돼 교육안한 것만 못한 결과가 빚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포항공단 한 업체에서 근속 25년을 넘긴 차장급 간부는 "예전에도 속칭 계보나 부서이기주의 등은 있었으나 이는 사적(私的)인 문제에 머무는 것이 보통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음해나 비방 등 극단적으로 흐르는 경향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기만 하면 구설수에 휘말리는 탓에 퇴근하면 바로 귀가하는 '땡육파'도 늘었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공로연수자 선정이 현안으로 떠오른 공직사회에도 마찬가지여서 비슷한 직급자들 간은 물론이고 후배들이 스스로 살기위해 선배들의 등을 억지로 떠미는 살벌한 상황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2부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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