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씨 수사엔 아쉬움 3억9천만원은 용처 못밝혀

입력 2003-06-20 11:56:31

지난 4월초 내사재개 형식으로 전격 착수된 검찰의 '나라종금 로비의혹' 재수사가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대해서는 사전영장을 청구하고, 김홍일 의원은 불구속 기소키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두달반만에 일단락 지어졌다.

▲수사 성과=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이 나라종금의 퇴출을 저지하기 위해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그간 풍문으로만 떠돌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실체를 드러냈다.

과거 정권의 핵심실세였던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보성그룹측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나라종금을 살리기 위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 수사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안희정씨에 대해 청구된 영장이 2차례 모두 기각되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검찰이 나름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과거처럼 정치권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공법'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연루된 '나라종금' 사건 수사는 착수단계부터 검찰의 '정치적 독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간주돼 왔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는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었다"며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고, 이런 의지에 힘입어 하마터면 '암장'될 뻔한 로비사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검찰은 작년 7월 보성그룹과 나라종금의 공적자금 사건을 수사할 당시 김호준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 최모씨로부터 안희정, 염동연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김 전 회장이 이를 완강히 부인, 수사를 더 이상 진척시키지 못했다.

검찰은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 직후 내사를 재개, 강도높은 수사를 통해 염동연, 이용근, 한광옥, 정학모씨 등 거물급 인사들을 차례로 구속시키고, 박주선, 김홍일 의원의 연루 의혹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아쉬움 남긴 뒷처리=박주선·김홍일 의원 등 연루 인사들의 처리 과정에는 다소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대해 사전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한나라당 박명환 의원에 대해서도 함께 영장을 청구, 정치권 등의 반발을 의식한 '여야 팩키지' 처리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또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품수수 규모가 억대가 넘는 김홍일 의원을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한 것이 지나친 배려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희정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검찰은 안씨에게 1억9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아스텍창투의 대주주가 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인 사실을 밝혀내고도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주체가 안씨와 아스텍창투 대표 곽모씨 두 사람이라고 결론짓고 이 원장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또 안씨가 곽씨와 김호준 전 회장측에서 받은 정치자금 3억9천만의 용처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지않아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찰 수사는 과거 어떤 '게이트' 수사때보다 비교적 철저하게 이뤄졌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어 검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셈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