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해와 문학의 해를 맞아 지난 3년동안 서평 신간소개 방송을 하면서 내 목소리를 한번도 들을 수 없었다.
생방송이라 녹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큰 선물을 받았다.
방송국에서 독서운동에 도움되는 방송을 골라 중간중간 효과음악까지 넣어 편집을 해 준 것이다.
2천개를 제작, 배포를 하려는데 딸아이가 요사이는 딱딱한 독서 테이프는 듣지 않는다고 했을 때 큰 실망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테이프를 많은 사람이 듣도록 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장거리버스 여행 때 막간을 이용해서 들려주기로 했다.
아나운서와의 대담이 실제 방송과 같이 버스 가득히 흘러 나왔을 때 나는 흥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스안은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입에서 '한문이 많다''음악 틀어'라는 등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테이프는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무안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여행길에서도 반응은 좋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장거리 버스여행을 갈 때는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만담도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잠을 청하게 되는 무료한 시간, 독서 테이프를 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참새 가슴이 된다.
단 한사람이라도 듣기만 한다면 독서 테이프를 틀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독서 테이프 추억과 함께 책의 해 구호인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를 새긴 스티커를 차량 뒷유리창에 붙이면서 겪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막상 붙이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차주에게 허락맡아 하려면 하루 열장도 붙이기 어려웠다.
고민끝에 일단 붙이고 항의하면 떼 주기로 하고 무조건 붙였다.
불평 없이 그대로 다니는 것을 확인하고 만세를 불렀다.
한 번은 별 달린 장군차가 주차해 있는 것을 보고 번개같이 붙이고 도망을 쳤다.
장군이 부하병사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을까 아니면 운전병에게 기합을 주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고급 승용차는 표어 같은 것을 붙이지 않는다.
서민의 따뜻한 정은 차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퇴색된 그 때 그 구호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송일호 대구소설가협회장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강선우 감싼 민주당 원내수석…"전혀 문제 없다"
"꾀병 아니었다…저혈압·호흡곤란" 김건희 여사, '휠체어 퇴원' 이유는
[사설] 민주당 '내란특별법' 발의, 이 대통령의 '협치'는 빈말이었나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전국 법학교수들 "조국 일가는 희생양"…李대통령에 광복절 특별사면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