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雪上加霜...DJ 불행

입력 2003-06-19 11:43:24

80고령에 몸도 성치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내하기가 힘든 일이 기어코 터져버렸다.

집권5년 내내 숱한 '게이트'가 여기저기서 터지더니 끝내 두아들의 불행에 이어 장남의 형편도 좌불안석인데 그의 분신(分身)이자 '대통령(代統領)'.'실세'.더러는 '몸통'으로 지칭되던 '박지원의 뇌물스캔들'은 DJ의 도덕성뿐 아니라 '국민의정부'가 일거에 무너져 내리는 일대 사건이다.

'준비된 대통령'으로 통일의 초석을 다지려 감행했던 남북정상회담조차 빛이 바랠 형편인데다 말도 많았던 '노벨평화상'마저 '분노하는 민심'앞에 퇴색될 처지가 돼 버렸다.

우리국민들은 배신과 분노와 좌절에 앞서 단 한번이라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추앙받으며 국민들속에서 묻혀 평범하게 여생을 즐기는 대통령을 가져보지 못하는지를 또한번 개탄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정말 복(福)도 지지리 없는 국민들이요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늘 입버릇처럼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햇볕정책이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비단 우리국민들 상당수만이 이러쿵 저러쿵 비판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불평을 해왔다.

김 전 대통령 입장에선 다소 억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유가 작금 특검에서 터져나온 박지원 전 장관이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사실로 압축해 설명해주고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죄도없는 수하의 사람들을 구속처리한다면서 TV회견에서도 특검의 부당성을 은연중 성토했지만 김 전 대통령의 분신(分身)이라 불리워졌던 '박지원의 뇌물스캔들'로 졸지에 할말이 없게됐다.

아직 그 돈이 150억원일지 400억원일지 설왕설래 되고 있고 박 전 장관은 받지 않았다고 완강하게 부인하는 터인데다 그 사용처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판사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된 만큼 일단 혐의가 인정된다고 봐야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부도덕한 정권으로 일단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셈이다.

만약 이 돈이 4.13 총선자금으로 뿌려진 것으로 판명이 된다면 설사 영문도 모른채 그 돈을 받아쓴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까지 국민의 질타가 쏟아질 것이다.

더러는 억울하겠지만 여론의 뭇매는 이런저런 사정을 두지 않는게 속성인 만큼 하는 수 없다.

국민의 정부의 대통령(代統領)으로 불린 실세 박 전 장관이 만약 독식했다면 그건 '파렴치'의 극치로 김 전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치명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부도위기에 처한 '현대'를 앞세워 정권 실세들의 압력으로 산업은행의 돈을 부당하게 대출받도록 해서 5억달러는 대북사업을 겸한 정상회담을 주선하는 조건으로 북쪽에 건넸고 그 와중에 뇌물인지 총선자금인지 알수없지만 최소한 150억원을 현대로부터 '대통령의 분신'이 울궈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그 '현대'는 그 덕에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바람에 아직까지 연명하고 있는, 역시 부도덕한 재벌로 치부될 것이다.

문제는 그 돈의 전부가 '국민의 혈세'라는 점이다.

현대에 지원된 천문학적인 대출금중 상당액이 회수불능 상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고 보면 결국 혈세(血稅)로 통일비용 운운(云云)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특검이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이다.

제주도가 좋다면서 답방을 약속했던 '김정일'은 답방은커녕 우리에게 핵무기가 있다면서 되레 미국을 협박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도 답방약속을 어긴 김정일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불쑥불쑥 내비치고 있지만 그의 제스추어에 우리가 속은 것이나 다름 없다.

개성공단 착공식이니 경의선연결공사 정도로 남북화해 시늉을 내고 있는 줄 모른다.

아니 그게 전부 북의 입장에선 앞으로 돈이 되는 사업이니까 저쪽에서 오히려 바라던 바인지도 모른다.

이런 우려탓에 통일을 마다할 국민이 없거늘 '무조건 퍼주기'만 할게 아니라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 지원해준 효과를 확인하면서 국민들의 공감대위에 투명하게 지원하자는 여론을 무시하고 결국 동향인들 끼리끼리 밀실에서 우물쭈물하더니 이런 사단이 난게 아닌가. '뇌물'은 특검에서 밝혀내겠지만 앞으로의 남북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어떻게 추스리냐도 큰 문제이지만 '현대'가 만약 무너진다면 그 엄청난 경제파장은 어떻게 감당할건지 참으로 난감하다.

'대우붕괴'의 폭풍을 우리는 경험했잖은가. 그러잖아도 위태위태한 경제상황위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참여정부'가 해법을 낼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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