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관이 납치 강도짓 하는 세상

입력 2003-06-19 11:59:28

현직 경찰관이 증권브로커와 사채업자 등 2건의 납치강도 범행을 저질렀다니 그야말로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 경찰관을 검거해 조사하던 경찰은 그 경찰관의 신분을 무직이라 속이고 쉬쉬하면서 숨긴 사실까지 드러나 축소 은폐의혹까지 받고 있다.

철면피한 경찰관 한명 때문에 선량한 많은 경찰까지 신뢰와 명예가 또한번 추락되는 사건이 터진셈이다.

더구나 이 30대 중반 경찰관의 범죄행각을 보면 경찰에 들어온 게 마치 범죄를 저지를 기술을 익히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치밀하고 잔인하다는 점에서 더욱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울의 모 경찰서 강력계 형사로 근무한 이 경찰관은 자신이 경영하던 고기집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고향 선후배관계인 공범들과 크게 한탕하기로 범행을 모의한후 자신이 경찰서에서 사건 피해자로 알게된 사채업자를 지목, 납치한 뒤 약 7천만원상당의 금품을 뺏고 무려 14차례나 장소를 옮겨가면서 35억원을 주지않으면 아들을 죽여버리겠다며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협박한 게 범행요지이다.

이건 영락없는 조직폭력배나 하는 짓이지 눈곱만큼의 직업윤리의식이라도 있는 경찰관이면 이렇도록 무너질 수가 없다.

게다가 이 경찰관은 이 사건 이전에 증권브로커를 납치하려다 실패한 범행까지 저지른 납치누범자로 밝혀졌다니 기가찰 노릇이다.

이런 경찰관이 10명만 있으면 어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를 세상이 아닌가. 최근 납치범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것도 실직·부도·신용불량자 등이 속출하는 경제상황에도 기인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찰의 예방기능의 부재탓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서 민생치안 범죄중 납치강도를 중점 단속토록 언급한 터에 경찰관이 바로 그 범인으로 드러났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따라서 경찰청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체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은폐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문책하는 한편 납치강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 극도의 불안에 떨고있는 국민들을 하루빨리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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