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직단 유적 나몰라라

입력 2003-06-19 09:30:43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문화유적 보존에 대해 민간 사업자측은 거액을 들여 유적을 신속히 보존하는 반면 유적보존에 앞장서야 할 대구시는 문화재청의 독촉에도 아랑곳 없이 장기간 유적을 방치, 비판을 받고 있다.

영남문화재연구원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시지택지간 도로건설과정에서 노변동 일대에서 조선시대 사직단 등 유적이 발견, 지난 1998년 10월부터 2년에 걸쳐 발굴조사를 마쳤으나 사직단은 현재까지 방치, 훼손되고 있다는 것.

대구시는 사직단 발굴로 우회도로를 개설토록 하고 99년 11월 지방문화재위원회를 통해 사직단 보존을 결정, 복원해 학술자료로 활용할 목적으로 '노변동 사직단지 복원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사업주체인 대구시종합건설본부는 9억~4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5~30개월 동안 사직단지 복원이나 주변 일부 공원화 등의 3가지의 복원계획만 마련하고 지금껏 이행치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사직단 발굴완료 뒤인 2001년 5월 문화재 지정권유와 함께 현상보존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이행안돼 지난해 11월 대구시에 다시 보존조치를 촉구했다고 문화재청 매장문화과 김낙중씨는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종합건설본부측은 "과거 유적지를 관련부서가 도로개설 사업종료로 해체돼 보존문제는 대구시 소관"이라 말했고 대구시측은 "올해안 대구시문화재로 지정하고 내년에 예산을 확보, 보존토록 할 계획"이라 해명했다.

대구시의 이런 늑장보존 태도와 달리 인근 (재)운경재단 곽병원 노인 전문병원과 장례식장 신축과정에서 드러난 유적의 보존조치는 신속하게 이뤄져 대조를 보였다.

재단측은 지난 2000년 대구 수성구 욱수동과 경북 경산시 옥산동 사업부지 개발과정에서 삼국시대 토기가마 등 유적이 발굴되자 이듬해 10월까지 1년간 발굴조사를 마치고 곧바로 보존조치에 들어가 최근 이를 완료했다.

사직단과 가마터 발굴조사를 벌였던 영남문화재연구원 박승규 연구실장은 "문화유적은 발굴 못잖게 신속보존이 절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문화재지키기모임 회원인 양도영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은 "공공기관에서의 유적 보존의지는 민간기관보다 뒤떨어져 안타깝다"고 대구시측의 늑장조치를 비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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