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수준이하의 환경조형물

입력 2003-06-19 09:32:11

요즘 하루에도 몇차례씩 독자들의 전화를 받곤 한다.

"수성교 앞을 지날때마다 울화통이 치밉니다.

적잖은 시민 세금을 들여 대구시 상징물을 만든답시고, 흉물로 방치해놓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굽니까?" "대구관문에 그런 조형물을 놓아두다니, 외지인들이 대구의 수준을 낮춰 볼까 겁납니다.

Worst 조형물에 대한 철거운동을 벌이는 사회단체는 어디 없습니까?".필자는 문화면에 연재중인 '대구 조형물 Best-Worst'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미의식에 무관심한 듯한 대구사람들이 언제부터 환경조형물에 관심을 가졌는가 하고…. 시민들의 눈은 역시 무서웠다.

평소 대구시민들의 미적 감각을 낮게 보고 있던 필자 자신부터 반성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독자들의 얘기는 삭막한 도심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세워지는 환경조형물이 오히려 공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만들지 않으면 준공검사를 해주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세우는 '통과의례'적인 조형물이 너무나 많다.

큰 빌딩, 아파트단지, 관공서 마다 조형물이라고 서 있지만, 정말 볼 만한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민간공사의 경우 현장 공사감독이 작가를 직접 만나 주문하고, 가격을 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 와중에 법규에 정해진 가격의 30, 40%에 낙찰되는가 하면 또다른 작가가 여기에 덤핑공세를 벌이는 우스꽝스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주의 마인드다.

자신의 집 앞에 '멋진 예술품'을 놓아둘 것인지, 아닌지에 아무런 관심조차 쏟지 않는다면 말이 되겠는가. '적정한 가격 여부에 따라 작품 수준이 정해진다'는 조형물 작가들 사이의 우스갯소리를 한번쯤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먼저 대구시부터 반성해야 한다.

시민들이 최악의 조형물로 꼽고 있는 수성교와 대구공항 앞 조형물은 대구시가 발주한 것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시민들의 발길이 가장 빈번한 곳에 최악의 작품을 세워 놓았다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대구시 관계자들은 "시민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을 골랐다"고 변명하지만, 한 유명 작가의 말을 통해 이를 통박하고 싶다.

"대중들의 눈에 맞춘 예술품이라고 하지만, 얼마후에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올라갔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때 그것은 당장 쓰레기가 되고 만다". 시민들의 안목을 정책 당국자들이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극명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박병선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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