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확산 포항 고교평준화

입력 2003-06-18 11:45:47

포항이 고교평준화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998년 결성돼 활동을 벌여온 고교평준화추진위는 최근 "교육적 폐단이 많은 서열화된 고교 입시제를 폐지해 학력을 향상시키고 건전한 인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추진위는 지난달 30일 포항 중등교사 1천321명, 16일 초등교사 744명의 서명을 받은데 이어 17일에는 초.중.고 운영위원장 67명이 도교육청에서 평준화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맞서 지난 10일 발족한 고교평준화반대범시민협의회는 "준비없는 평준화 실시를 결사 반대한다"면서 "섣부른 평준화는 사교육비 증가와 우수인재 유출 등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며 맞서고 있다.

협의회는 조만간 대변인제를 신설하고 평준화 부작용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가두 시민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평준화추진위 서재원 집행위원장과 평준화반대범시민협 김용재 공동의장을 통해 최대 쟁점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들어본다.

◇학력 하향화와 대입문제

△찬성=객관적 자료가 없다.

현재 포항 명문고 학생의 경우 내신성적이 나쁘면 명문대학 진학에 불리하지만 평준화가 되면 상대적으로 좋은 내신성적을 얻을 수 있고 비우수학생들도 학업에 대한 동기가 부여된다.

△반대=우수.비우수 학생을 섞으면 학력 하향평준화는 필연적이다.

내신성적의 경우 비평준화에서 명문고 일부 학생들이 손해를 보지만 비명문고 학생들의 반사이익도 있다.

◇시외 학교에 대한 학군 배정 문제

△찬성=인문계 성격이 약하고 학생수가 적은 기계종고 등은 제외하자는 의견이 많다.

이와함께 시를 4구역으로 세분해 학교를 집에서 근거리 배정하면 문제가 없다.

△반대=특정 지역을 제외시키면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게 때문에 구룡포종고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

그럴 경우 원거리 통학 등 교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우수학생의 타지역 유출

△찬성=포항에는 우수학생을 수용할 경북과학고, 포철고 등 교육시설이 충분하고 경기도 신도시의 경우 평준화 후 지역 학생 전출이 도리어 줄었다.

△반대=과학고(입학정원.40명)와 포철고(중학성적 3%이내 입학 예상)로는 우수학생들을 모두 유치할 수 없다.

우수학생들이 경주나 대구 등지로 대거 유출된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 증가

△찬성= 고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가 대학 진학 때 사용될 수는 있으나 평준화된 수도권의 사교육비가 엄청나다는 주장은 객관성이 없다.

수도권은 경제력과 사교육 열기가 매우 높고 사교육비 급증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반대=평준화된 서울의 경우 오후 5시30분이 되면 학생 모두가 학교를 나와 사교육현장으로 직행한다.

비평준화의 50만명 인구 포항에는 학원수가 700개에 불과하지만 인구 13만명인 서울 휘문.이문동의 경우 학원수는 1천개, 안양 동안구(70만명)는 1천800개에 달한다.

◇안동 등 타도시에서 실패한 제도

△찬성=80년 실시됐다가 90년 해제된 안동 등은 인구 20만명의 작은 도시로 고교 동문들의 이기주의가 작용했고, 평준화 해제후 명문대 진학자 수가 감소했고 우수학생의 유출이 심해졌다.

△반대=80년후 안동에서는 우수학생들이 영주 등지로 대거 빠져 나갔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비평준화로 환원했으나 10여년이 지난 현재도 안동은 우수학생을 영주에 빼앗기고 있다.

◇현재 교육 여건의 비평준화

△찬성=학생들이 우수하면 교사들은 수업준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어 교사의 질은 높아진다.

2005년 고교 시설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기간제 교사도 없어진다.

△반대=경북도교육청의 예산으로는 학교간 엄청난 시설 격차를 해결할 수 없다.

기간제 교사문제도 최소 2007년이 되어야 없어진다.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국민 기본권을 박탈, 위헌소지

△찬성=지난 95년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주거지를 기준으로 학생의 학교 선택을 제한하는 교육법 시행령 제71조 등의 위헌여부를 심사한 결과 평준화가 합헌이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반대=헌법 제31조1항에 따라 국민들은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 문제는 법원에 계류중이다.

포항.박진홍기자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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