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정부혁신.분권위장 인터뷰

입력 2003-06-18 11:45:47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주체세력'에 대한 언급이 야당과 언론 등으로부터 '공무원 줄세우기' 및 '홍위병 조직'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 개혁프로그램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17일 '산학경영기술연구원'(원장 최만기)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을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 줄세우기 등의 비판에 대해 "21세기를 맞이한 시점에 한국사회에서 의도적인 공무원 줄세우기는 가능하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야당이나 비판세력에서 이야기하는 게 전제부터 성립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일례로 시장.군수.구청장이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느냐 문제를 지방 자율로 넘기는데도 5, 6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들어 "경찰.재정 등의 권한을 넘기는데는 엄청나게 힘이 들 것"이라며 "국민이 참여하고 이해와 격려을 보내고 그리고 채찍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개혁주체세력에 대한 언급은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두 차례나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다가 대통령이 밥 먹으면서 간략하게 언급을 하니까 대서특필 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특히 "묘하게도 선거 과정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 주변에 대구.경북사람들이 많다.

장차관급 인사 가운데 17명이나 된다"며 "이제 역차별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얼마전 실제로 '또 TK냐'라며 그런 경우가 생겨나기도 해 아직 많은 대구사람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공직자 대상 강연에서 행한 개혁주체세력에 대한 언급이 줄세우기, 편가르기,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통령이나 저나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IQ 두 자리 수는 넘을 것이다.

기본적인 상식도 있고 또 되는 것과 안 되는 것도 구별할 줄 안다.

그리고 안되고 말썽만 일어날 것을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행정개혁 시도 등이 많았지 않은가.

▲과거를 되돌아보자. 대부분의 경우 국내외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맡겼다.

이들은 정부 등 공공조직의 문화를 잘 모른다.

민간의 시각을 가졌을 뿐이다.

공공조직 내부에 대해 공무원들만큼 모른다

그 결과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조직 내부의 불만만 키우고 원상태대로 돌아갔다.

이래서는 개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의 방법은 무엇인가. 또 일부에서는 집권 1년 이내 개혁을 하지 못하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는 비판도 하는데.

▲참여정부는 그런 개혁으로는 안된다고 확신한다.

또 공무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공무원 직장협의회나 노조까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원칙을 공표하고 개혁을 상시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다.

일시적 조직 아니다.

5년 내내 존속한다.

또한 공무원은 개혁의 주체이지 개혁저항세력이 아니다.

개혁은 공무원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이 사회의 대표적인 엘리트 자원이다.

-개혁의 주체가 공무원이라는 점을 좀 더 설명해 달라.

▲어느 조직이든 내부에서 조직을 걱정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인사들이 있다.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내부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각 부처 내의 업무혁신팀이다.

이들이 조직 내부에서 고민과 토론 혹은 워크숍을 거쳐 얻은 깊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 공식라인이다.

또한 개인이나 소그룹별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비공식라인이다.

그러나 결코 비선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다.

이것이 개혁주체세력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홍위병이라고 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이냐. 정말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느냐.

-외국 사례나 모델이 있는가.

▲미국 클린턴 정부 출범 직후 앨 고어 부통령은 정부혁신팀 성격의 NPR(New Performance Review)을 만들어 자신이 팀장을 맡았다.

또 각 부처마다 작은 NPR을 만들어 성공한 선례가 있다.

그런데 최근 홍위병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은 행정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하향식.독재적 모델로 해야 하는 것 즉 칼로 내려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무원을 개혁이나 사정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좀 더 설명을 덧붙인다면.

▲공무원이 주체가 되고 스스로 바꾸자고 나서야 개혁은 가능한 것이다.

공무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

공무원을 개혁 주체로 만들고 자체 동력에 의해 개혁이 이뤄지도록 대통령이나 정부가 개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 아이디어 채택을 하고 자연스레 앞서가는 부처에 긍정적 조치 즉 기구나 예산 등의 지원을 하고 뒤따르지 않는 조직에 대해서는 물러나게 하지 않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역량 강화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자는 것이 개혁주체세력론이다.

-공무원행동강령에 대해 말이 많다.

노 대통령도 획일적이라고 지적을 했는데.

▲지금 만든 게 아니고 국민의 정부 말기에 만든 것을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지금 발표한 것이다.

획일적인 것은 문제가 많다.

분권과 자율의 원칙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순간까지 버릴 수 없는 원칙이다.

획일적으로 3만원 이상 먹지 마라고 규제해서는 안된다.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제 사무이양은 잘 되지 않았다.

▲참여정부에서는 되도록이면 대기능 중심으로 분권을 실시하려 한다.

경찰권이나 교육행정기능 등 중.대단위 사무를 중요한 것부터 이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왜 분권이냐. 참여정부가 특별히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자치역량 강화 후 권한 이양 원칙에서 '선 분권 후 보완'의 원칙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급격한 권한 이양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중앙부처 권한 이양시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권한 이양 후 문제를 줄이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능력 배양 이후 분권을 하자는 것은 분권을 하지말자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집권에 성공한 만큼 지방분권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는데.

▲참여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참여 정부는 더 큰 욕심이 있다.

집중과 집권의 역사를 분권과 분산의 역사로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엄청나게 큰 욕심을 노 대통령이 갖고 있다.

-지방 시민사회와 지방공무원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또한 집권에 따른 폐해인 만큼 분권을 해야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지방 공무원들은 중앙에서 만든 정책에 대해 심부름만 해왔기 때문이다.

지방 시민사회의 미성숙도 지방에 권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만 있으면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려는 시민들은 생겨나게 마련이다.

금단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원인은 담배를 끊었기 때문이 아니라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단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담배를 다시 피워야 하느냐. 아니다.

더욱 철저하게 금연을 해야 한다.

이는 분권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금단 현상이 두려워 금연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담: 홍석봉 정치1부장

정리: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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