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産業 경쟁력'마저 붕괴되면

입력 2003-06-18 11:51:36

요즘 우리 경제를 보면 '원칙'이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구호'만 요란하지 어떤 시스템으로 그런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일관성없는 대응책으로 수비(守備)에 급급하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원동력마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산업 경쟁력이 붕괴되고 있다는 분석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아닌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한국경제의 실상과 현안정책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는데도 한국 경제의 취약성 때문에 선진국 경제권에 진입하거나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붕괴로 실물 경제 기반이 허물어지면 한국은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볼멘소리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적지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시장경제원칙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극단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경제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성장이 최대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의 동인(動因)을 잠시라도 놓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각종 지표를 보면 허무하다.

'동북아 중심'이 국정과제인데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 결과 한국은 'R&D 중심국가' 경쟁력이 아시아 6국 중 5위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형국이 아닌가.

정부는 최근의 경제현상을 경기순환에 따른 침체기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참여 정부 출범 초기 내세운 4대 국정원리인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은 도대체 어디갔단 말인가. 우리는 '2만달러 시대'라는 또 하나의 허상(虛想)을 좇고있는 것은 아닌지 '원칙'마저 걱정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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