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스크린쿼터 포기 마라

입력 2003-06-18 11:55:45

외자유치를 위해 스크린쿼터제를 축소-결국 폐지로 가는 전 단계-하자는 경제관료의 주장으로 일어난 논쟁은 오해 속에 커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한미투자협정이란 배경하에 국익을 위해 영화보호주의인 스크린쿼터를 포기하라는 일부 경제전문가의 신념과 주장으로부터 나온다.

스크린쿼터제가 미국영화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 시장진입 걸림돌이니 치워버리라는 것이다.

그래야 (투기자본까지 포함하여) 미국자본이 들어와 한국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 전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엽기적 주장까지 국회의원으로부터 나온바 있다.

그러면서 근거를 밝히지 않은 40억달러의 단기 투자유치 효과를 말한다.

거기까지만 말하면 좋을 것을, 심지어 한국영화 국내시장 점유율도 40%이상이니 보호막이 필요없고, 또 보호막에 안주하면 경쟁력을 잃게된다는 교훈에 곁들여 관객 선택권을 위해 쿼터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을 한다.

쿼터제도가 미국자본을 못들어오게 하는 최대 장애물이며, 한국영화 경쟁력을 해치며, 관객선택 장애용이란 진단은 심각한 오해이다.

경제학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경제효과와 이익으로만 계산하지만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안밝힌채 그 폐해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 미국주도의 일부 경제논리를 수용한데서 이런 오해에 가득찬 주장들이 나온다.

지난 5년간 미국 영화자본가 대행자들과 만나 쿼터제를 두고 이야기하다보면 그들의 핵심은 '시장접근 용이성'이다.

누구를 위한 시장접근인가 물으면 당연히 소수 자본가이다.

세계시장 80%를 차지하고도 미국영상시장을 더 확대해야 하는가 라고 물으면 시장확대는 비즈니스의 생리라고 답한다.

이게 여러 가지 경제학 중 하나에 불과한 자본가중심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의 정체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 그걸 맞춰주려는 경제관료들이 존재하는 비극적인 현실에서 스크린쿼터제도는 한국영화 보호장치 이전에 할리우드영화 독점방지 장치이다.

생각해본적 있는가? 한국에서, 또 세계에서 할리우드영화가 걸리는 날이 연간 며칠일까? 쿼터제가 있는 한국에서도 한국영화보다 많은 일수를 차지한다.

이건 할리우드가 영화를 잘 만들어서 관객이 자유롭게 선택한 결과가 아니다.

미국의 세계시장용 공격적 마케팅과 상영시스템 때문이다.

잘 만든 영화가 극장에 오랫동안 걸려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쿼터제는 기형적 마케팅시스템으로부터 관객의 선택권을 좀더 챙겨주는 공적 기능을 갖는다.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위해 쿼터제를 축소/폐지하자는 주장은 더욱 비논리적이다.

쿼터제가 있기에 성취한 시장점유율과 국내시장에서 막 생겨난 미국영화에 대한 경쟁력을 봐주기가 그렇게 불편한가? 더 솔직히 말하면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국제경쟁력이란, 말이 경쟁력이지 불공정 게임의 법칙일 뿐이다.

시청각 분야에서 이미 세계시장 80%정도를 독점한 미국판이다.

게다가 영화는 경제적 산물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산물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영화산업을 두고 경제적 측면만 보자는 이들은 자신이 다루는 대상의 정체성조차 무시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왜 이래도 되나? 바로 한국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 밑에서 세계를 미국으로 보고, 세계화를 미국화로 그대로 수용하는 기이한 관습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자본과 노동, 기술과 정신이 만나는 종합적 산물이며, 지역문화와 언어, 삶의 고뇌가 담긴 산물이다.

게다가 영화는 비디오, CD, 음반, 여타 시청각 산업으로 연결된 핵심 아이디어가 담긴 영상산업의 총아이다.

최근 10년간 시청각 콘텐츠산업의 성장률은 영화의 활성화와 더불어 성장세를 보여준다.

근거없는 40억달러 때문에, 그 결과가 불투명한 한미투자협정 때문에, 미래산업이며 아시아 문화권의 한 부분, 한국어가 담긴 문화적 산물을 내주자는 것은 이 나라 정신문화의 산업화를 포기하는 일이다.

쿼터제도는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해서 수출해야 할 제도이며, 실제로 그런 요청이 미국압박으로 쿼터를 포기한 여러 국가들로부터 들어오고 있다.

17일 있었던 쿼터제지지 프랑스영화인들은 말한다.

당신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우린 지난 50년간 미국과 이 싸움을 하며 영화와 문화를 지켰고, 우린 포기하지 않는다 라고.

유 지 나(동국대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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