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 '예측불허'

입력 2003-06-18 11:56:57

조흥은행 노조가 쟁의 일정을 당초보다 일주일 앞당겨 18일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노동계 '하투'(夏鬪)가 당초 예상(본지 5일자 보도)보다 빨리 시작되고 강도도 보다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파업 파괴력이 큰 은행.철도.지하철 등 노조가 파업에 동참키로 하고 요구조건도 정부가 수용하기 쉽잖은 '매각 포기' '구조개혁 포기' '정부와의 직접교섭' 등이어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조흥은행 노조는 은행 매각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당초 오는 25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17일 매각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자 18일 오전 9시30분 영업개시 시간을 기해 앞당겨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22개 지점 200여명 등 전국 6천여명의 노조원들이 서울로 집합, 은행 영업이 장애를 겪고 있다.

전국 금융산업노조(39개 노조, 8만여명)는 조흥은행 매각이 결정되면 연대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금융 파업 사태는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이례적으로 오는 30일 산하 300여개 노조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고, 공공부문의 산하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직장노조가 이달 말 파업에 들어가기로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대구지하철 노조도 부산.인천 지하철과 연대해 24일 새벽 파업에 돌입키로 했으며, 단체행동 계획이 없던 철도노조도 정부의 구조개혁 법안 상정 방침에 반발해 28일 새벽 파업 돌입을 결정했다.

지하철과 철도가 파업으로 전국적인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으며, 작년 철도 파업 때는 전체 열차의 20%만 운행됐었다.

하루 이용객은 대구지하철이 5만여명, 대구.경북권 철도가 7만여명에 달한다.

지하철 및 철도 노조 파업과 관련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당초 없던 총파업 계획을 새로 수립, 정부의 노동정책이 사용자측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오는 25일 산하 10여만명의 노조원들이 4시간 '경고성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의 시한부 파업이 끝나도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그 산하 금속연맹,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 보건의료노조 등 대형 산별노조 파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 매각을 둘러싼 문제로 조흥은행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등 불법 파업이 잇따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불법파업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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