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오토바이 폭주족들. 그 폭주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란한 반사광, 요란한 경적, 아스팔트와 부딪쳐 튀기는 섬광과 굉음, 아슬아슬 매달린 또래 소녀…. 교통 사고를 유발하고 소음 공해를 일으키며 '죽음의 곡예'를 벌이는 폭주족들을 밀착 취재했다.
◇늦은 밤 나타나는 청소년들=일요일인 지난 15일 0시쯤 대구 두류공원 주차장. 오토바이에 탄 고교생 박모(19.대구 용산동)군이 여자 친구를 태우고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를 몰고 모습을 드러냈다.
매주 토요일 밤 폭주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박군은 단속 나온 경찰관과 숨바꼭질을 계속하면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함께 '폭주를 뛸' 친구들을 불러내는 것. 박군은 오토바이를 장만하기 위해 식당 종업원.배달원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며 "지금까지 오토바이를 사고 개조하는데 쏟아 부은 돈이 200만원을 넘는다"고 자랑 삼아 얘기했다.
새벽 1시30분쯤 어느새 오토바이가 50여대로 불어나자 리더가 야광봉을 흔들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머지 오토바이들이 줄줄이 따라붙었다.
손잡이에서 두 손을 떼고 달리거나 앞바퀴를 들어 올리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다른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며 두류공원을 빠져 나간 이들이 향한 방향은 성서공단. 이들의 폭주는 시내버스가 운행을 시작할 무렵에야 끝났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들은 나름의 규율도 갖고 있다고 했다.
리더의 지시에 따라 대형을 바꾸고 응급차엔 자리를 비켜주는 것. 절대 리더를 추월해서도 안된다.
이런 규율을 어기면 다시는 행렬에 끼어들 수 없다고 했다.
◇사고에 노출된 청소년들=보기에도 아찔한 폭주에는 높은 사고 위험이 당연히 뒤따르는 법.
폭주 경력 2년째인 백모(18)군은 벌써 여러 차례 사고를 당했다.
심지어 일방 통행로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무릎 관절이 부서져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백군은 "입원해 있을 때는 사고 공포로 다시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했지만 스피드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보험협회는 폭주족의 90% 이상이 무보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본인은 물론 피해자가 생겨도 대책이 없다는 얘기. 상당수가 고교생이거나 직업 청소년이어서 보험에 관심이 없다는 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교통안전 관리공단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폭주족 대부분은 10대 후반이고 고교생이 37.3%로 가장 많았으며 무직이 20.9%, 음식점.택배사 직원 13.4%의 순으로 많았다.
65.8%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고 58.2%가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몬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주족이 된 동기에 대해서는 "멋 있고 폼 나고 주변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니까"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재미 있어서" "스릴 만점"이라는 응답자도 많았다.
◇필요한 것은 역시 사회의 애정 =경찰은 폭주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한다지만 효과는 없어 보였다.
한 경찰관은 "신고를 받고 달려가도 종횡무진 도주해 버려 붙잡기가 힘들다"고 했고,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붙잡아도 곧 훈방돼 다음날 단속 나가보면 또 만나게 된다"고 했다.
단속 근거는 도로교통법의 '공동 위험행위 금지', 자동차관리법의 '불법 개조 금지' 조항이지만 처벌이 약해 30만원 미만의 벌금에 그치거나 단순 입건될 뿐이라는 것.
또 행정 당국의 오토바이 차적 관리가 부실, 위법 오토바이를 붙잡아도 주인을 찾아내기 힘든다고 했다.
125㏄ 이하는 자동차세 면제때문에 명의 이전 신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특히 50cc 미만은 전산조회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속 못잖게 폭주족들에 대한 심리적 포용 장치의 마련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전제는 "폭주족의 대부분은 학업 성적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 청소년이고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구가 폭주를 하게 만든다"는 것. 영남대 사회과학부 김한곤 교수는 "단순한 단속이나 선도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체계적으로 실태 조사를 한 후 지역 사회에서 소속감과 애정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포용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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