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 이맘때의 일이었다.
필자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음악회를 관람하게 되었다.
이 도시에서는 매년 여름 '하지'를 중심으로 하여 '백야 축제'가 열리며,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음악회 등 풍성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난생 처음으로 음악 전용 극장에서 연주회를 감상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연주회는 세월이 지나도 두고두고 필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필자를 압도하고 말았다.
너무나 많은 연주자들이 참여하였기 때문에, 모두 몇 명이나 되는지 한 사람씩 그 수를 헤아리게 되었는데, 단원은 코러스를 합하여 모두 아흔 아홉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아흔 아홉일까 하고 궁금해하는 차에, 지휘자가 무대 전면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케스트라는 100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었던 것이다.
지휘자가 들어오기 전까지의 무대 및 극장 안은 소란스러웠다.
연주자들은 저마다 악기들을 조율하고 점검하느라고 온갖 소리들을 다 내었으며, 또 객석에서는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가득 차 있었다.
한 마디로 무질서의 도가니였다.
지휘자가 무대에 등장하자 극장 안의 상황은 일순 급변하고 말았다.
잔기침 소리 하나도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지휘자의 손이 움직이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여겨지던 악기 소리는 완전히 다른 음색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서 선율은 빨라지기도 하고 또 느려지기도 하였으며, 여리게 들렸다가 선명하게 울리기도 하였다
그 소리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한껏 고조시켰다가 또 어느새 평안한 마음이 들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그 지휘자의 손은 다양한 악기의 이질성과 그것이 지니는 고유한 음색을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꾸어놓았다.
개성이 강한 여러 소리들은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았고 또 때에 맞추어서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서로 어울리게 된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주장들을 보면서, 그 때의 음악회를 떠 올렸다.
저 분출하는 목소리들을 하나로 통합시켜 줄 지휘자는 없는가 하고….
장석호 한국선사미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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