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주관한 수능 모의고사 이후 고3 교실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더욱 열심히 하고 일부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잠만 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모의고사에 대한 수험생들의 몇 가지 오해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럴 때야말로 다시금 자신을 추스르고 각오를 다시 다져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이고 있다.
▲평가원 시험도 모의고사다
벌써부터 수능시험 날짜를 카운트다운 하는 수험생들로서는 모의고사 결과 한번 한번에 일희일비하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모의고사는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평가원에서 출제했다는 사실 때문에 마치 실제 수능 성적의 예상 척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해진다.
잘 치른 학생은 잘 치른 대로 우쭐해하고, 못 치른 학생은 그만큼 자신감 부족에 빠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1학기가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 시험 성적을 1학기 학업 성취도를 중간 결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평가원에서 주관했다고 하지만 이번 모의고사도 다른 모의고사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실제 수능을 위한 연습에 불과하다.
이번 모의고사 성적으로 미리 낙관하여 방심한다거나 좌절하여 포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남은 5개월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전벽해의 대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재학생의 경우는 수능시험 당일까지 성적 향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건 난이도가 아니다
이번 모의고사 이후 일부 입시기관과 언론들은 지난해 수능시험과 난이도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역 고교와 입시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모의고사는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와 맞물려 높은 난이도를 보였던 지난해 수능시험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돼 성적 분포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덕원고 이성한 교장은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해 수능 때는 학교별로 370점 이상 득점자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380점 이상도 상당수"라고 했다.
재수생 강세도 두드러져 대구 한 재수학원의 경우 가집계 결과 380점 이상 득점자가 100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학원 관계자는 "고3생의 경우 올해 치른 모의고사와 난이도를 비교하기 때문에 반응이 제각각이지만 지난해 수능을 치렀던 재수생들은 대부분 그때보다 10점 정도 쉬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언론 보도 탓인지 입시기관 홈페이지나 입시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시험일 저녁부터 모의고사 난이도와 실제 점수 분포, 언론 보도 등에 대한 의견이 수십건이나 올라와 여타 모의고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이는 수험생들도 적잖았다.
그러나 상대평가인 수능시험을 생각한다면 수험생들이 따져야 할 것은 난이도가 아니라 다른 수험생들과 비교한 자신의 위치이다.
시험이 어렵건 쉽건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대학 입학의 중요한 잣대가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전체의 성적 분포나 다른 학교 수험생, 재수생들의 점수대 등을 파악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수능 난이도를 예측 말라
이번 모의고사를 평가원에서 출제했다고 올해 수능시험의 영역별 난이도를 여기에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난이도는 신도 못 맞춘다'는 교육계 속설처럼 수능 난이도를 이번 모의고사에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출제진들은 평가에서 나타난 결과를 다음 평가에 반영하게 마련인데다 어떻게 반영될지도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 모의고사의 과목 난이도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에 치러진 평가원의 모의평가와 2002학년도, 2003학년도 실제 수능의 상위 50% 집단 점수를 비교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언어영역의 경우 2002학년도에 인문 84.1점, 자연 88.6점으로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모의평가에서 인문 86.0점, 자연 90.6으로 전년도 결과보다 다소 나아지자 2003학년도 수능은 다시 어렵게 출제돼 인문 84.5점, 자연 87.9점으로 결과가 나왔다.
수리영역의 경우도 마찬가지. 2002학년도에 인문 42.2점, 자연 56.1점이었다가 모의평가에서 인문 43.9점, 자연 54.4점으로 올라가자 2003학년도 결과는 인문 40.8점, 자연 54.6점으로 전년도보다 떨어졌다.
2003학년도 수능에서 난이도 조절에 가장 실패한 사회탐구의 경우는 반대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2002학년도에 인문 53.2점, 자연 38.9점으로 나온데 비해 모의평가 때 인문 51.3점, 자연 34.9점으로 상당히 떨어졌는데 2003학년도에는 인문 48.5점, 자연 31.2점으로 더 떨어지고 만 것. 이처럼 모의평가 결과와 실제 수능의 상관 관계는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 된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라
고3 담임들은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이번 모의고사는 평가원에서 출제한 만큼 수험생들의 충격이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수록 모의고사를 학습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해마다 한 학급에서 약 30% 정도는 모의고사 성적보다 실제 수능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
이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 등에 별로 연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모의고사 점수만 보고 수험생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보다는 낙관적인 자세로 더욱 분발할 수 있게 격려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수험생들로서는 이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치른, 그리고 앞으로 치른 모의고사에서 자신이 취약한 과목이나 단원 등을 보충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성적이 좋은 과목이라고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모의고사 활용의 기본기를 상기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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