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시지회 주최로 열린 '제7회 달구벌전국사진공모전'에 자그마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작가들이 대상작으로 뽑힌 '불심'에 대해 "광선처리가 이상하다"며 컴퓨터로 합성된 사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대상 수상자인 안영옥(서울 용산구)씨가 "밤에 인공조명을 사용한 연출사진"이라고 촬영 과정을 밝히자, 논란이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지난달 '제7회 바다사진 공모전(해군 주최)' 대상 작품이 디지털 합성 사진으로 밝혀진 이후, 각종 사진공모전에는 디지털 조작을 둘러싼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뽑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됐지만, 그에 걸맞은 윤리의식 부재로 사진계가 멍들고 있다.
사진월간지 포토하우스 김진섭(35)발행인은 "현재 예술 사진계는 기존의 아날로그(필름)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면서 "컴퓨터 상에서 조작.왜곡이 쉬워져 과거처럼 조작 여부로 구분되던 순수.상업사진의 개념이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일부 작가들이 한국사진작가협회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사진계의 공공연한 왜곡.조작 사례를 폭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풍경사진을 한다는 분들이 컴퓨터의 힘을 빌려 동쪽의 해를 찍어서 서쪽에 합성하고, 간성 바위일출에 외국에서 촬영한 튤립꽃을 합성하고, 단풍은 붉게 녹음은 푸르게 자연을 왜곡하고 보는 사람의 눈을 속이고 있다". "'공장(현상소)'에 사진을 의뢰해 자신의 사진은 10% 들어가고 90%는 남의 사진을 기술자(컴퓨터 조작자)의 손으로 합성하면서 자신의 사진이라고 내어놓는데, 몇몇 원로라고 하는 분들도 이런 작업을 한다".
문제는 일부 사진가들이 조작.합성 사진을 공모전이나 전시회에 버젓이 내놓고 있지만, 웬만한 전문가라도 조작 여부를 정확히 판별하지 못하는데 있다.
각종 사진 공모전의 요강에도 '디지털 조작.합성 불가'라고 명기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하다간 오히려 망신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시지회장 박희태씨는 "공모전에서 적지않은 수의 합성사진이 입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는 한 전적으로 작가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고, 작가들이 자신의 사진을 떳떳하게 변형.왜곡 여부를 밝히는 풍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의 경우 보수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진작가들이 디지털 사진을 다소 꺼리는 분위기다.
일부 작가들이 작품을 필름 카메라로 찍은 후 컴퓨터에 입력, 프린트하는 부분적 시도는 가끔 있지만, 촬영.현상 전과정을 디지털화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지역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작품 사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사진작가 박순국(매일신문 라이프매일 부국장)씨는 "디지털로 변형.조작을 하더라도, 어쨌든 작가 자신의 작품임에 틀림없다"면서 "디지털 사진의 부작용이 있다고 하지만, 사진가들도 시대의 추세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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