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미타 마꼬요'.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오자 마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뜬 '개그'다.
노 대통령과 면담한 일본 정치인이나 연예인 이름이 아니다.
바로 노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을 짓는다면?하고 지어냈다는 별칭이다.
'맞습니다 맞고요'를 일본 발음으로 바꿔서 '마쓰미타 마꼬요'란 '개그'를 만든 것이다.
자, 그렇잖아도 요즘 대통령 언행과 주변 이야기를 두고 일부 언론들이 칭찬보다는 비판이나 비난 일색으로 간다며 청와대 쪽의 불만을 잔뜩 사고 있는 마당에 '마쓰미타 마꼬요'란 '개그'까지 나오는 사회분위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일국의 지도자를 비하하거나 우스개 대상으로 여기는 불경스러움이 도를 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대통령도 권위적인 테두리없이 자유분방한 '개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열린 분위기가 더 편하고 서민적인 노 대통령 이미지에도 잘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비하가 담긴 별명인가 친근감을 담은 애칭인가는 결국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감성의 폭에 달렸다.
노 대통령의 털털한 스타일로 짐작컨대 비하보다는 격의없는 애칭쯤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설사 한일문제의 과거사 언급을 안한 것이나 하필 현충일날 일왕을 만나러 갔느냐는 시비와 맞물려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이 그런 개그 비유로 표출된 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겠지만 당사자가 '애칭'으로 느끼면 친근한 애칭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정치적 외도나 악의없이 가벼운 우스개로 던진 얘기인데도 '어린것들조차 나를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아느냐'며 '열받치고' '용납 안된다'고 한다면 그 개그는 '악의적 비하'가 돼버린다.
한낱 아이들이 만들어 낸 우스개 같은 일본어 말짓기를 두고 이런저런 서론이 길어진 것은 최근 노 대통령과 청와대 쪽이 비판세력이나 크고 작은 반론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듯 해서다.
똑같은 비판도 듣는 쪽의 감성상태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신문을 보면 대통령이 열받치고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어서 신문도 잘 안본다'는 감성상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산당 발언만해도 저의 없는 말이라 하지만 아직도 '공산당이 싫어요'란 말한마디에 입이 찢어지고 참살당한 이승복군의 기념관에는 1천만명의 국민들이 줄을 이어 다녀가고 있는 현실이다.
올해도 5월말 현재 19만명이 다녀갔다.
그렇다고 낡은 이데올로기 다툼과 색깔논쟁을 죽을때까지 하고 앉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통일은 돼야지.
다만 공산당 얘기를 하고 싶으면 하되 그말에 대해 반론과 우려를 말하는 쪽을, 적으로 몰아세우지는 말라는 충고다.
언론이 대통령에게 6월6일에 맞춰서 일본가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공산당 발언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다.
NEIS를 정부에서 책임지고 분명하게 선 그어주지 말고 학교서 결정하도록 나몰라라 미뤄서 학교마다 교사들끼리 치고박고 싸움박 터지도록 하라고 강요한 언론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비 일어날만한 말들은 혼자서 골라가며 하면서 여론이 시끄러우면 왜 사사건건 장관,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언론탓만 하는가.
더구나 언론뿐 아니라 지지율에서 벗어나 있는 60%의 국민과 공직자들까지 반대편에 돌려세우려 하는 이유는 더더욱 알수가 없다.
공직자들에게 옆깊이나 반대길로 가면 배제하겠다고 으름장 놓기전에 모든 공직자가 스스로 신발벗고 따라오고 싶어질 만큼 감동적인 말, 믿음이 가는 행동과 비전을 보여주면 제발 옆길 가라고 빌어도 '마쓰미타님'만을 충성스럽게 따라갈텐데 말이다.
지도자는 검은 말을 보고 검다고 하는 쪽을 나무라기 전에 행여 내가 흰말이라며 보여준 말이 검은 말이 아니었는지 겸허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흰말을 보여주면 언젠가는 흰말이라고 써줄거라는 긍정적 신뢰를 쌓아 가는 인내심도 지녀야한다.
쓴소리가 꽃노래로 들리고 비판 기사로 뒤덮인 신문이 친구의 우정어린 편지글쯤으로 보이기 시작할 정도가 되면 이미 개혁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마쓰미타 개그를 비하 보다는 애칭으로 들을 수 있는 긍정적 사고와 아량으로 개혁을 다그치고 싶은 그 마음속에 적도 사랑할줄 아는 평화부터 심었으면 좋겠다.
코드코드하지만 평화만이 만인에게 공통된 가장 확실한 코드다.
언론의 칭찬, 국민의 지지율에 일비일희(一悲一喜) 애끓이지 말라.
마음에 평화가 담기면 세상 시비를 일으키는 말씨앗부터 생겨나질 않는다.
성공된 대통령의 비결은 화려한 말의 승부가 아니라 평화다.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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