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주차 문제 해결은 난제 중의 난제이다.
이중삼중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통행 차량들이 뒤엉키고 접촉 사고도 빈번하다.
골목을 점령한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화재때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불법주차로 인한 보행권 침해도 심각하다.
◇실태=지난달 29일 오후 1시 대구 칠성시장 주변은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왕복 3차로는 상인들의 노점과 불법주차 차량들로 인해 2개 차선이 막혀 차들이 중앙선을 침범해 통과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대구 구암동 동천교 일대 편도 4차로 도로도 이중삼중 불법주차로 차량 흐름이 지체되고 있었다.
범어동 법원 건너편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양방향으로 주차한 차량들 때문에 소형차 한 대 조차 통행하기 어려웠다.
4월말 현재 대구시의 차량등록수는 80만5천여대. 하지만 대구시의 주차장 확보율은 63.9%(3만9천757면)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올해 8천119면의 주차장을 늘린다는 계획 아래 2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1990년대 이후 연평균 14.3%에 이르는 차량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학교 운동장의 개방을 유도하고 있지만 장시간 차량 주차와 오물.시설 훼손 등을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난 2001년부터 '내집 주차장 갖기' 운동을 벌여 최고 150만원까지 무상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지난해엔 60면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올 1/4분기 신청건수도 22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의치 않은 단속과 시민의식 부재=불법주차 단속실적은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와 각 구청이 벌여온 불법주차 단속 실적은 37만1천839건으로 2000년 41만5천여건, 1998년 46만5천여건에 비해 연평균 7.8%씩 떨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속 전담인력 감소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와 각 구청의 불법주차 단속인력은 지난 97년 190명에서 지난해 125명으로 34% 줄었다.
북구청 주차단속 요원 이경수(55)씨는 "계도.단속을 하고 지나간 지 10분도 채 안돼 다시 불법주차 차량들로 도로가 가득 찬다"고 말했다.
게다가 민원발생 때문에 강력한 단속을 펴기도 힘들다는 것.
시와 구청은 견인차량 탑승 공무원을 현장 배치하고 단속방법도 순회단속에서 고정배치로 변경, 특정구역에 대한 집중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뚜렷한 해법이 없다 보니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팔달시장 인근에서는 불법주차가 성행했지만 인근 공영주차장은 자리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공영주차장 관리직원은 "주차료도 타지역에 비해 싸지만 주차비가 아까워서인지 길가 불법주차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동구청 한 단속원은 "단속에 나서면 '왜 나만 단속하느냐'는 불평을 듣기 일쑤이고, 보닛을 열어놓거나 비상등을 켜 놓는 등 갖가지 수법을 동원해 단속을 피하려 든다"고 말했다.
다른 한 단속원은 "불법 주차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면 이미 업주들이 이 사실을 알려줘 차량들이 차를 빼놓는 경우도 많다"며 "단속하기 위해 오래 머물면 업주들의 반발에 견디기 힘들고 자리를 뜨면 다시 신고가 들어오는 등 술래잡기가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해결책은=불법주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단속 외에 무거운 과태료를 징수하고 미납자에게는 가산금을 물려 압류.견인하는 등 선진국형 강제징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주자 우선 주차제의 확대 시행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 다.
김갑수 영남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 오레곤주에서 1982년에 거주자 우선주차제가 도입된 이후 주차난이 해결된 사례가 있다.
1991년 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 아헨시는 시행 1년만에 승용차 이용자가 11.8% 감소한 반면 대중교통수단 이용자가 7.6% 증가해 도심 교통상황이 개선됐다.
대구에서도 남구청이 이 제도 시행에 들어간 것을 필두로 서.중.북구도 제도의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시유지나 공용부지에 민간사업자가 주차장을 설치하는 공영주차장 확대 방안도 모색되고 있으며, 외곽지의 주차요금을 도심요금 수준으로 올림으로써 주차장 사업에 대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주차장법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입법 예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단독주택은 50~150㎡당 한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해야 하고 전용면적 85㎡이상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아파트, 오피스텔은 75㎡당 차량 1대씩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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