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 스케이트'가 달린다.
몇몇 튀는 젊은이들의 취미 활동으로 시작된 인라인 스케이트가 어느새 학생은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레저활동을 넘어 이동수단으로까지 활용될 정도다.
대구지역의 '인라이너(Inliner)'는 대략 50만~70만명(판매대수 기준). 지난해말 기준 대구시에 등록된 승용차 수와 맞먹을 정도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인라인 문화가 없다.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공간 및 시설이나 안전망 등 인프라도 거의 구축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민들은 도심공원내 도로에서 차량과 엉킨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대로로 나가 교통흐름을 저해하기도 하는 등 적잖은 논란을 빚기도 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라인 대행진 축제도 열고, 강습과 안전교육을 위한 인라인 스쿨도 마련되고 있지만 올바른 인라인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늘어나는 인라인 인구에 부응하는 제대로 된 인라인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휴일은 물론 평일 오후에도 대구시 수성구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온통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힘찬 손놀림과 발짓으로 멋있게 스케이팅을 하는 사람, 발 떼기도 힘들어 휘청거리며 종종 걸음 치는 왕초보, 취학전 어린아이에서부터 중년의 아저씨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라인 스케이트에 몸을 실은 채 내달린다.
연인, 가족단위 인라이너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곳이 '인라인 천국'이 된 것은 자동차 등의 장애물이 없어 안전하면서도 신나게 달릴 수 있기 때문. 김정훈(30)씨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고 달리는 기분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지만 다른 곳에 인라인을 탈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9일 오후 8시쯤엔 한 젊은 인라이너가 혼자서 야광봉, 야광밴드 등도 없이 월드컵대로 한 차로를 점령한채 달렸고, 밤 10시 30분쯤엔 월드컵대로와 접하는 범안로 삼거리 부근에서 인라이너 3명이 신호도 받지 않은 채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등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두류공원도 인라이너들이 즐겨찾는 장소. 그러나 월드컵경기장과는 달리 공원내 도로의 차량들 때문에 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차량 운전자도 인라이너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운다.
최근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라인 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인라인 안전 운동, '인티켓'(인라인 에티켓) 운동, 범국민적 행사 등 인라인 문화를 체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이미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가 전국 400만명을 넘어섰고, 이중 17~20%가 대구지역에 몰려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민 4, 5명 중 1명 꼴. 지난 한해 동안만 지역에서 20여만명이 늘었다.
대구의 경우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인 수가 서울 다음으로 많고 유일의 인라인 대행진 행사가 열리는 등 활동도 활발, 대구가 '인라인 문화' 정착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적 녹색도시', '인라인 도시'로 나갈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 이에 시 등 행정기관에서 지역의 '인라인 문화' 정착을 위해 보다 정책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 시급한 하나가 인라인 스케이트 인프라 구축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타도시에 비해 인라인을 탈 수 있는 실내공간이나 안전하고 체계적인 강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
대구보다 인라인 시장 규모가 적은 안양시는 최근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교육장을 만들었다.
안전하게 인라인을 탈 수 있는 공간도 절대 부족,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한 경찰관 인라이너는 "스케이팅에 재미가 생길때 한번씩 신나게 달려줘야 하는데 안전하게 달릴 장소가 없다보니 숙련된 인라이너들의 보호아래 도로로 나가게 된다"고 얘기한다.
신천수변공원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한강시민공원에 인라인 스케이트 길 30km를 오는 2006년까지 만들기로 하고 현재 5km 정도 조성한 상태다.
자전거와 함께 탈 수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도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이미 출·퇴근용 등 이동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대기오염 및 에너지 문제를 다소 해결하고 친환경적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자전거와 함께 무동력 교통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시민들은 "자전거 도로처럼 형식적인 도로가 아니라 실제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를 안전하게 마음놓고 탈 수 있는 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 등지를 '차없는 거리'로 지정, 차량 진입을 막고 보행자 전용 공간을 마련해 인라인이나 자전거 등 무동력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녹색도시', '인라인 도시', '인라인 문화' 정착을 위한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대구에도 차 없는 '인라인의 날'이 생겨날 전망이다
녹색소비자연대와 수성구청 등은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범안삼거리에서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경산방면에 이르는 2.5km 구간의 차량을 통제 '인라인 금요일밤 축제'를 열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월드컵대로 왕복 10차로 중 양방 끝 1개 차로만 차량 통행토록 하고 나머지 8개 차로엔 인라인 스케이트만 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9, 10월쯤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부터 8월까지 성공적인 유니버시아드 대회 및 녹색도시 홍보를 위해 U대회지원팀과 대구시 후원을 받아 인라인 대행진 축제를 열고, 영호남 및 세계 인라인 대행진도 계획하고 있다.
또 이달 중 인라인 스케이트와 도로교통법과 관련된 심포지엄을 여는 등 법망 정비 및 조례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정현수 사무국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이렇다할 문화, 먹을거리, 관광자원도 없는 만큼 지역을 '인라인 도시'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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