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 국가균형발전 첫 회의 개최지인 대구를 방문하는 등 대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지방간 경쟁을 주문한 그였기에 '선물'이 없으리라는 일반적 관측대로 그는 이날도 보따리를 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대구의 테크노파크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 첨단지식산업의 잠재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는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와보니 첨단산업을 위한 역량과 비전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는 '대구 정서'를 달래기 위해 대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평가에 조해녕 대구시장은 원군을 얻은 듯했다.
회의 이후 대구시청 기자실에 들른 조 시장은 "지방화 시대 국가균형발전계획을 담은 선언을 대구에서 한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면서 "향후 대구에 대한 지원을 담보받은 것이 아니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11일까지만 해도 대구시는 노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측은 노 대통령과 조 시장간의 독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노 대통령에게 조 시장이 양성자 가속기 대구 유치같은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낼까 우려한 때문인 듯했다.
눈치를 챈 대구시도 12일 회의나 오찬에서 양성자 가속기 같은 예민한 사안들은 토론자와의 조율을 통해 질의 요지에서 아예 빼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이번 노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정치적 국면 전환용 행차라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노 대통령이 이날 대구를 지식산업 시대의 잠재력이 높은 도시로 극찬하자 노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대한 시의 평가가 하루 만에 달라지고 만 것이다.
더 나아가 조 시장은 기자들에게 "대구가 산업화 과정에서는 다소 낙후돼 지금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는 밝다"는 낙관론까지 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 지원이 없어도 될 만큼 대구는 역량이 높으니 앞으로는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뒤집어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대구는 "앞으로 무엇을 해서 대구시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비전과 해답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있은 대통령의 덕담과 시장의 낙관론은 시민들의 이같은 답답한 심정과는 간극이 너무나도 커 보였다.
사회1부.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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