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요즘 대구는 어때요"

입력 2003-06-13 11:58:00

"요즘 대구는 어때요".

타지에 사는 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어렵지요". 이 한마디 외에는 달리 해줄 말이 없다.

대구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음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선뜻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어쩐지 편치않다.

상대방의 질문에 대구, 대구사람에 대한 냉소가 희미하게 배어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나만의 턱없는 자격지심에서 일까.

경쟁력없는 도시

"대구를 살려야 한다". 최근들어 대구 전체가 그렇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시내 어디를 가도 대구에 대한 걱정이 백화제방식으로 쏟아진다.

대구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그러나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의 도시 경쟁력은 부끄럽게도 이미 지난 96년에 최하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연구자료 '세계 도시 경쟁력 비교'를 보면 대구는 비교 대상인 세계 주요 도시 30곳 중 꼴찌였다.

서울, 부산은 물론 대전, 인천, 광주보다도 못했다.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3개 부문중 경제여건은 국내에서 3번째라지만 도시기반이 잘 되었다는 점에 힘입은 것이지 경제수준과 경영환경, 국제화 수준은 가장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시민의식은 가장 뒤떨어졌다.

지금 이 시점에서 대구의 도시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계량화된 평가 자료는 없다.

그렇지만 국내 대도시들중 꼴찌였던 96년 당시보다 나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구시민 중에서도 결코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예전 수준만 유지해도 다행이라는 이들이 오히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위기에 처한 대구의 실체가 이제서야 대구시민 모두에게 크게 와닿는 것은 대구지하철 참사의 영향이 크다.

대구의 도시 경쟁력이 이미 오래 전에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래도…'하는 자존심에 버텨왔는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대구의 '총체적 부실'이 극명히 드러났고, 이대로 가면 대구의 미래는 없을 것이란 절박감을 모두가 갖게됐다.

도시의 발전은 그 도시에 사는 주민의 생활환경, 교육, 사회복지 등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구의 어려운 사정이 앞으로도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면 대구에 몸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구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결코 남의 탓이 아니다.

대구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뒤에 있는 것에 연연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도시 경쟁력이 바닥난지 오래인데도 과거의 허상에만 매달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 들지 않았는데 어찌 경쟁력이 커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지역 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 '대구를 기획한다'는 주목할 만하다.

대구가 기존 질서에 대한 맹목적 집착, 변화에 대한 저항, 현실 안주 등의 '대구병'을 앓고있다는 지적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대구의 밝은 내일은 중앙 정부가 주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민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처방도 충분히 귀담아 둘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구가 도시 경쟁력을 되살릴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은 듯하다.

지방화로 촉발된 도시간의 발전 경쟁은 이미 시대의 흐름이 됐다.

게다가 현 정권이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본격화될 경우 이는 대구에 새로운 기회가 되면서도 또다른 시련의 장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대구가 도시 경쟁력을 시급히 되살리지 못한다면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이미 인천에 밀린 대구의 위상을 대전에도 추월당하도록 해 5대 도시로 추락시킬 것이 분명하다.

답은 나와있는데…

지난 90년 천주교계에서 '내탓이오' 운동을 벌인바 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당시의 절박한 시대 상황과 맞물려 공감대를 넓히면서 범국민운동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대구의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이 달리고 세계대회인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고 세계적인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선결조건이다.

'대구가 더 이상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은 이미 대구시민 누구나 갖고 있다.

이를 '대구 살리기'를 위한 범시민운동으로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대구병'때문에 가려진 대구의 잠재력을 촉발시켜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

대구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대구 살리기'는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고 우리 모두가 실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허용섭(스포츠 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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