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57)씨와 김주영(64)씨 등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한씨의 장편 '까마귀'(해냄 펴냄)는 일제 패망기로 태평양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하던 1944년초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일본 나가사키(長崎) 근방 섬 하시마(端島)에서 징용노동으로 혹사당한 뒤 원폭에 희생된 피폭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역작이다.
1989년 첫 일본 현지취재를 시작으로 약 15년만에 완성된 5권 분량의 이 작품은 작가가 피폭 한국인의 '문학적 복원'을 소명으로 삼은 이래 내놓은 '국경', '맑고 때때로 흐림'등 중단편 선작들의 완결판으로 평할 수 있다.
작품은 하시마 탈출과 원폭 투하 등 크게 두갈래의 서사적 얼개 아래, 하시마로 끌려간 남성들의 고난과 비극적 사랑, 하시마에서의 탈출, 나가사키의 조선소와 지하터널, 형무소 등에서 다시 일제의 '인간 총알받이'가 됐다가 피폭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 과정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한씨는 "1945년 그 8월의 폭염 속에서 썩어 나가던 피폭 조선인의 시신에 까마귀떼가 달려들었다.
일본인 화가 마루키 부부는 이 참상을 그렸다.
시신을 뜯는 새카맣게 뒤덮인 까마귀떼 사이로 희디 흰 치마 저고리 하나가 떠가고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썼다.
'시체마저 차별받아야 했던 조선인…'이라고 제목의 함의를 설명했다.
하시마는 나가사키 항구에서 서남쪽으로 떠있는 3개의 작은 섬 가운데 하나. 군함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군함섬'으로 불린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의 이섬에 500명이 넘는 한국인이 징용으로 끌려가 학대받았었다.
김씨의 신작 장편'어린날의 초상'(개미 펴냄)은 일종의 성장소설로, 광복직후 산골마을의 시.공간적 배경 속에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주인공이 어머니의 간통과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동생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등의 '흔치않은' 경험을 겪으며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소를 잡던 도축장과 여름이면 온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던 언덕너머의 개천, 학교의 탱자나무 울타리, 술도가, 교장의 사택 헛간, 사팔뜨기 계집애와 공깃돌을 받고놀던 우체국 앞마당, 배고파서 주워먹던 감꽃 등의 삽화는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고있는 듯 아련함을 준다.
김씨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어린날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참으로 행운이었다"며 "그래서 사소한 것이라도 자꾸만 소문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같은 토로에서 이 소설의 배경이 자신의 유년기 그것이었음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은 여느 작품에서와 같이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상찬받는 작가 특유의 끈적끈적하면서 해학적인 문체의 진수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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