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관과 학교에 벽화제작을 의뢰했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어요. 기꺼이 해보겠다고 나선 대구대 시각디자인 전공 학생들 덕분에 이제 화사한 벽화를 가까이 두고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장애인재활시설인 자유재활원. 이곳에는 무의탁 정신지체장애인 189명이 생활하고 있다.
정상인과 달라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밝고 쾌적한 환경이 필요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지난 1979년에 지어진 낡고 오래된 시설에 대한 보수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재활원측은 벽화를 착안, 무료로 실내벽화작업을 해 줄 곳을 수소문했지만 사정이 그리 여의치 않았다.
재활원측으로부터 대구대에 벽화작업 의뢰가 들어온 때는 지난 3월. 장애인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해만 교수와 학생들은 흔쾌히 받아들여 작업에 착수했다.
4월 중순 먼저 아이디어 스케치와 디자인 시안 제작에 나섰다.
그러기를 한달. 정성들여 마련한 벽화 시안 8종을 들고 재활원을 방문, 디자인 설명회도 가졌다.
최종 결정된 벽화는 '열린 공간'을 주제로한 작품. 전체 4개의 테마로 이뤄진 이 작품은 옷깃과 소매를 기본 형태로 구름과 새, 나무와 새, 꽃과 나비, 풀과 곤충을 소재로 열려진 공간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생동감을 이미지로 표현, 자유로운 세상과 사회와 교감하고자 하는 재활원 식구들의 소망을 간접적으로 담아냈다.
이 벽화는 1층에서 4층까지 실내복도의 벽면에 가로 20m, 세로 3.1m 총 80m 길이의 대작. 지난 4일부터 본격 시작된 밑그림 작업에는 지도교수와 학생 30여명이 매달렸다.
하루 6시간이 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11일 드디어 채색이 마무리되고 이제 수정작업과 최종 마무리만 남았다.
이번 주말인 14일 완성을 목표로 학생들은 팀을 나눠 혹여 허술한 구석이 없는지 점검하고 꼼꼼하게 색을 입히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재활원 식구들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자연의 생동감과 따뜻함을 매일 벽화를 통해 봄으로써 심리치료 효과까지도 고려했습니다·"
벽화제작을 총지휘한 이해만 교수는 "디자인제작 과정을 직접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이 디자인 실무감각을 익히고, 학과나 전공과정에서 배운 전문지식과 기능을 사회에 환원하여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수락했다"며 "앞으로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봉사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작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번 작업이 전공을 통해 배운 전문지식을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인 동시에 수업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함께 힘을 모았다"며 "하루 6, 7시간씩 붓을 잡느라 비록 힘은 들었지만 작업하면서 자원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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