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가 가까워도 취업이 쉽잖아 대학에 계속 남는 '재적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렇게 어려운 문을 뚫고 취업해 봐야 또 40대 중반이면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는 상황도 일반화됐다.
취업 기간이 20년 전후로 짧아져 버린 것.
◇사오정 오륙도
IMF사태 이후 '사오정'(四五停, 45세가 정년) '오륙도'(五六盜, 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조기 퇴직이 고착화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작년에 1천4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는 50대의 2.9%만이 정년퇴직 했을 뿐 97.1%는 권고형 퇴사로 회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대구 종합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비자발적 실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아간 3만8천148명 중 42.5%(1만6천227명)는 40, 50대로 나타났다
이 연령층은 20, 30대보다 취업인구가 훨씬 적은데도 실직 비율은 이같이 높았다.
'삼성'의 임원 승진자 평균 연령은 2001년 47.5세, 2002년 46.5세, 올해는 45.9세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LG, SK 등에서도 44, 5세가 임원 승진 평균 연령. 상당수 은행에서는 50대 직원 비율이 2%대로 떨어졌고 대구은행에서도 5%대로 급감했다.
40, 50대 솎아내기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대구 업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2000년 퇴직해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오동희(48·가명)씨는 "100여명에 이르는 입사 동기생 중 3분의 2가 이미 비자발적으로 퇴직했고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임원 자리에 올라 50대 초반까지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몇 선배들도 퇴직자 모임에 나와서는 퇴사 불안을 얘기한다"고 전했다.
44세 되던 2001년 금융기관에서 '명퇴'한 최영식(46·가명)씨는 "그때 벌써 나이가 너무 많으니 나가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인사고과 결과나 실적 등은 고려 대상도 안되고 오직 나이만 기준 삼더라"고 했다.
취업정보업체 갬콤 금용필 사장은 "사오정·오륙도는 오늘날 산업현장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는 단어들"이라며 "봉급생활자들은 재취업을 위한 자기 훈련에 한시라도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유예되는 인생
이렇게 40대 중반에 벌써 쫓겨날 직장인데도 그나마 취업조차 어려워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뤄 독립된 인생 출발을 유예하고 있다.
경북대의 재적생(학적부상 재학생)은 IMF사태 직전이던 1997년 1학기 경우 2만4천722명이었으나 현재는 2만7천21명으로 9% 증가했다.
군 입대를 제외한 '일반 휴학'이 늘었기 때문으로 그 숫자는 1천933명에서 2천637명으로 36%나 증가했다.
영남대 재적생도 같은 기간 2만6천780명에서 3만1천840명으로 19% 늘었고, 특히 일반 휴학생은 1천964명에서 4천383명으로 2배 가량 불었다.
계명대 재적생은 2만2천848명에서 3만1천840명으로, 일반휴학생은 2천207명에서 4천778명으로 늘었다.
휴학생이 증가하는 원인에는 졸업 후의 실업을 두려워하는 것도 있으나, 경북대 백창희 학적팀장은 "학과공부와 별도로 취업을 위한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현실이 휴학을 부추긴다"고 했다.
군 복무 휴학 외에도 두번째 일반 휴학을 하고 있는 ㄱ대 박모(26)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지만 학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어 휴학을 반복한다고 했다.
◇진단과 처방
독립된 인생 출발을 미뤄야 하는 유예 현상과 취업해도 20년 전후밖에 계속할 수 없는 직장생활의 한계 등은 사회 불안정을 초래하고 국가 경쟁력을 소진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런 상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 형성과 유지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변형을 야기하고 좌절로 인한 반사회적 행동 등 사회병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계명대 김종학 학사관리팀장은 "휴학 증가는 대학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박승우 교수는 "사회에 진출해 각자의 몫을 해야 할 대학생들이 졸업을 유예하고 학교에 남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대학이 실질적인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강선우 감싼 민주당 원내수석…"전혀 문제 없다"
"꾀병 아니었다…저혈압·호흡곤란" 김건희 여사, '휠체어 퇴원' 이유는
방위병 출신 안규백 국방장관 후보자, 약 8개월 더 복무한 이유는?
첫 회의 연 국민의힘 혁신위, "탄핵 깊이 반성, 사죄"
전국 법학교수들 "조국 일가는 희생양"…李대통령에 광복절 특별사면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