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혼례와 신방

입력 2003-06-12 09:58:23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는 가정이다.

가정은 부부라는 구성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부부는 천생연분이라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상황과 조건에 따라 맺어진 관계이다.

그러하기에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의미에서 촌수가 없는 사이이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남남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부자(父子).형제는 하늘이 맺어준 사이라 그들 사이의 윤기(倫紀)를 천륜이라고 하는데 비해 부부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이이기에 인륜이라고 하고, 부부가 되는 의례인 혼인을 사람이 하는 윤기 가운데 가장 큰 일(人倫之大事)라고 하였다.

부부가 되는 의례인 혼례가 엄정하고 신성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상업성에 휘둘려 엉터리없이 치러지고 있다.

서양인들은 그들의 혼인을 종교적인 서약으로 확인하는 관습에서 성직자가 주례자가 되지만 우리 전통 혼례에서는 혼례의 절차를 일러주는 집사자 곧 오늘날의 사회자에 해당하는 이만 있을 뿐 주례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의 전통 혼례에서는 일가친척 동네이웃들이 그 혼인을 증명하고 축복하였으며 당사자들도 그들의 관심과 주목이 중요하였다.

절차에 따른 혼인의례를 마친 후 그들의 부부됨을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신방에서 부부로서의 첫날밤을 보내었다.

그 뒤 얼마동안의 기간을 보낸 뒤 시집으로 가서 시부모와 일가친척을 뵙고 정중한 인사를 올리는데 이를 폐백이라고 하였다.

그러하였기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새로운 친척들과 함께 정담을 나누고 보다 도타운 정을 쌓아갔다.

그런데 오늘 날 결혼식을 보면 혼례식장에서 15분여만에 끝나는 의식 후 급하게 어른들을 소위 폐백실에 불러모아 대충 큰절을 하고 신혼여행이란 명분으로 부부가 된 첫날밤을 외박으로 보낸다.

그들만을 위한 신방과 원앙금침을 팽개치고 온갖 사람들이 이용한 곳에서 부부가 된 첫날밤을 보내는 어리석음을 행하고 있다.

시작부터 이러하기에 이들 부부의 삶이 공경과 사랑으로 가득 찬 것일 수 있을까 적이 걱정이다.

이러하기에 오늘날 고부갈등이 커지고 불륜이 넘쳐나는 것은 아닐까 억측을 해본다.

조춘호 대구한의대 교수.국어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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