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전기 꼭 살려야...

입력 2003-06-12 09:59:33

지난 2일 법정관리 신청

유완영 오리온전기 대표는 지난해 연말 장기 조업중단 사태 이후부터 무너진 영업망을 복원하기 위해 한솔전자·현대 이미지퀘스트·대우 일렉트로닉스 등 국내는 물론 일본의 미쓰비시·도시바 등 해외거래선을 방문해 판매협조를 부탁하고 다녔다.

또 노조도 회사의 위기상황을 인식해 모니터 업체들을 상대로 제품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는 오는 2004년부터는 경상이익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브라운관사업과 신사업인 유기EL(OLED)과 TV조립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 올해 7천31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날아온 이라크 전쟁, 사스(SARS), 물류대란 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회사는 하루아침에 매출 급감과 자금난 악화로 자력갱생이 어려운 부도사태에 직면해 결국 지난 2일 대구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오리온전기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근로자 2천200여명의 PC용 모니터 생산 세계4위인 업체로 지난 3월 현재 자산 5천264억원, 부채가 6천6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4일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처분을 받은 오리온전기는 우선적으로 금전채무 변제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향후 1개월 사이에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오고 이후 법원조사를 통해 파산 또는 회생 여부의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어떻게 일궈온 기업인데… 그냥 앉아서만 당할 수 없다' .

오리온전기 노사가 마지막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자구노력에 나서자 구미시와 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들까지 동참해 '지역기업 살리기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법정관리 신청 직후부터 이 회사 유완영 사장과 배재한 노조지회장 등 노사양측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한 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오는 향후 1개월 동안 노사가 한마음으로 자구계획 수립에 매달리고 있다.

백인수 노조부지회장은 "지금까지 노조는 회사의 건실화를 위해 방만한 경영 등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면서 "노조는 법원의 법정관리 인가 등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대한의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앞으로 당장 멈춰선 라인을 재가동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다시말해 향후 법정관리 개시 이후 회사를 살리기 위한 중장기 자구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고, 우선 채무관계인 협력업체들에 대한 설득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사실상 그동안 브라운관에 사용되는 섀도마스크·유리 등 부품을 오리온전기에 공급해온 LG마이크론·삼성코닝·한국전기초자 등 관련업체들의 물량대금 미수채권이 2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오리온전기의 월 부품구매 규모가 350억원대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중소업체들까지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피해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미수채권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회사 청산보다 회생을 돕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부도 여파가 주식시장에도 미치면서 거래관계가 있는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기도 했다"며 "특히 이들 기업은 채권·채무관계 동결로 매출채권 손실과 매출감소가 예상되고 있고 최악의 경우 대금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구미시와 구미상의는 관련 기관과 기업체들을 중심으로 빠른 시일내 '오리온전기 살리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자부·재경부·법무부 등 정부부처를 방문해 오리온전기 법정관리 개시의 당위성 알리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구미공단에 본사를 두고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오리온전기의 부도사태와 법정관리 신청은 그동안 상생관계를 유지해온 수백개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생존권이 달려 있고, 지역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를 판가름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리온전기와 업계 안팎에서는물류대란 등이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국내외 브라운관 시장의 급변 등 시대상황을 재빠르게 인식하고 변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번에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져 본격 개시되면 대대적인 라인축소와 통폐합 등 몸집줄이기와 함께 지난 90년대 중반이후 중국 동남아 등 후발국들의 추격속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기존 브라운관 생산 체계를 과감히 깨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액정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의 고부가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군으로의 급선회가 기업회생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구미공단의 간판 기업이었던 오리온전자가 법정관리를 통해 마지막 기회를 얻어 다시 회생해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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