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A매치에 멍드는 국내 프로축구

입력 2003-06-11 12:02:41

"오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2002 한일월드컵때처럼 전광판 응원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오도록 매일신문에서 알려줄 수 없을까요".

지난달 31일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과 일본의 A매치 축구경기를 앞두고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신문 제작시간이 지나 안내 기사를 쓸 수 없게 됐다고 대답한 후 "A매치가 대구의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설명한 적이 있다.

유럽 등 축구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프로축구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펼치는 A매치가 프로축구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월드컵으로 조성된 축구 붐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프로축구의 정착이 시급한데도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이를 '강건너 불 구경하는 듯'하다.

올 시즌 프로축구는 A매치 일정으로 지난달 11~21일, 25일~6월14일 각각 2차례 중단됐다.

이 기간 월드컵의 치적을 알리고 이를 축하하는 각종 1주년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마나 일부 조성된 프로축구팬들도 다시 A매치가 열리는 경기장이나 길거리 응원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A매치가 열린 지난 8일에도 서울 상암경기장에는 6만여명의 만원 관중이 몰렸고 국채보상공원 등 전국 곳곳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 전광판 응원을 펼쳤다.

흔히 한국에는 A매치만 있고 프로축구는 없다고 한다.

A매치에는 많은 관중들이 몰리지만 프로축구 경기장은 텅텅 비어 있다.

A매치에 집착하는 팬들은 국내 프로축구가 재미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에 길들여지면서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는 야구 관중이 급감한 것처럼 수준이 떨어지는 경기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올해 프로축구단 대구FC를 창단한 대구에서는 '축구=A매치'의 등식이 성립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구FC는 3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한 시민구단이다.

만약 대구FC가 제 자리를 잡지 못할 경우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구단이 운영되거나, 다시 시민들이 주식을 사고 후원금을 내야 할 상황에 빠지게 된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월드컵 때 보인 관심의 절반만 보여도 프로축구는 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중 유치를 위한 구단의 노력,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자세 변화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대구시민들만은 '대구FC 사랑이 대구 사랑'이란 생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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