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문호장

입력 2003-06-11 09:37:50

"비나이다 비나이다 문호장께 비나이다.

악귀는 물러나고 우리 고장 풍년들게 하소서".

영남지역의 유일한 강신굿으로 창녕지역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평민이었던 문호장을 기리는 영산 호장굿이 단오인 지난 4일 재현됐다.

이 굿은 조선말기 일제의 탄압과 서구문화의 도입으로 굿의 전반적인 형태가 점점 쇠퇴 소멸되었지만 그나마 매년 단오때면 호장굿 전수자 박소임(67)씨와 80여명 호장계원들의 정성으로 30여년전부터 굿의 형식만 그 맥을 이어오다 지난 1999년부터 본격 재현됐다.

이번 영산호장굿은 지난 3일 밤10시 문호장제사를 지내고 단오인 4일 오후 1시 영산면 교리 문호장사당에서 영산단오보존회 주관으로 재현됐다.

이날 오전에는 굿판에 앞서 국악과 민속무용 공연으로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팔도당산 선왕마당굿을 시작으로 부정굿.문호장 제사굿.문호장 위령굿.천왕 호상굿.십왕풀이굿.해원천도굿.마당굿.향시석굿 등 아홉 마당의 굿판이 펼쳐졌다.

굿판이 끝난 후에는 깃발을 든 무녀들과 주민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신명나는 한바탕 뒤풀이 놀이가 벌어졌다.

한편 전설속의 문호장은 370여년전 영산에 실존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으나 기록은 찾을 수 없고 다만 아전의 신분으로 호장(戶長)이란 직위에 오랫동안 있었다고 하여 '문호장'이라 불려졌으며 당시 관에 억눌린 평민의 원성을 대변한 영웅.신격화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관찰사에 의해 문호장이 죽음을 당하면서 단오면 혼령을 위로하는 단오굿을 치러 준다는 약속에 따라 매년 제사를 지내게 되었으며 원래 제사만 지내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샤머니즘 굿과 연결해 '영산호장굿'이 전래돼 왔다.

영산 단오 민속보존회 지도를 맡고 있는 강병한(영명사 주지)씨는"호장굿의 복원으로 지금 세대에게는 정신적 협동심을 심어주고 그 신앙 예술을 통해 의식의 필요성을 재인식시키고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로서 그 뿌리를 찾아 지켜가는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창녕.조기환기자 choki21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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