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찾아서-시계수리 명장 이희영씨

입력 2003-06-11 09:45:03

대한민국 명장회 대구지회 이희영 명장은 멈춘 시간을 치료하는 시계수리 전문가이다.

이 명장은 32년을 시계수리에 매달린 것도 모자라 윤호, 인호 두 아들에게도 같은 길을 물려줬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시계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계수리공은 턱없이 부족해 채 몇달을 넘기지 못하고 버려지는 시계가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후진 양성에 바칠 작정입니다".

시계수리공은 다른 어떤 기능사보다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직업이다.

기계식 손목시계 하나만 하더라도 150여개 부품 명칭을 줄줄 꿰야 하고 이 중 70여개 부품은 조립,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계 핵심부품 중 하나인 내진장치 축대는 0.08㎜에 불과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단위의 측정 기구가 필수다.

이 명장은 시계수리의 생명은 제품 수명을 얼마나 연장시키느냐에 있다고 했다.

시계 수명은 종류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5~10년이고, 일부 명품의 경우 30~100년에 이른다.

이 명장은 또 기름칠 하나에도 제품 수명이 달라진다고 했다.

칠을 너무 많이 하면 다른 부품으로 기름이 흘러내려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고 반대로 너무 작으면 기계 마모가 심해져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

이 명장은 어린 시절 호기심에 무엇이든 망가뜨리는 말썽꾸러기였다.

째깍 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시계는 이 명장에겐 가장 신기한 '장난감'이었다.

학교가 파하면 가장 먼저 시계수리점으로 달려갔던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예 서울로 올라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계 기술을 배웠다.

타고난 소질 덕택인지 1974년 9월 기능사 실기 1급에 합격했고, 이후 국내 주요 관련 수상을 독차지한 그는 2001년 시계수리 30년만에 국내에서 세번째로 시계명장으로 선정됐다.

이 명장은 "지금까지만 30여명의 후진들을 키워왔다"며 "명장의 가장 큰 의무는 평생 쌓아온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이라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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