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지는 증시...서머랠리 오는가

입력 2003-06-11 09:45:03

외국인 순매수, 사스 진정 등 호재에 힘입어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서머 랠리'(Summer Rally)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머 랠리는 증시가 대세 상승 국면을 향해 갈 때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6월 말을 시발점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일컫는다.

올해에는 이같은 서머 랠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서머 랠리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들이 실제로 현실화되지 않을 우려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머 랠리와 연관된 주요 변수들을 짚어본다.

▲외국인 투자자, 그 행보는?

최근 증시 상승세는 외국인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이 올들어 처음으로 5일까지 7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서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거래소시장에 쏟아부어 시장을 끌어올렸다.

이라크 전쟁, 북한 핵문제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지난 2월부터 팔자에 나서 순매도 규모가 2월 6천466억원, 3월 7천168억원, 4월 7천554억원으로 커져 '셀 코리아'(Sell Korea)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던 것과는 상반된 양상.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 배경으로 미국 증시 강세, IT(정보기술)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 확산, 글로벌 펀드의 한국비중 조절, 국내 악재의 주가반영 마무리 등을 꼽았다.

이들은 미국 시장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D램값 바닥론이 언급되면서 IT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IT 대표종목이 포진한 한국시장에 외국인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국제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국가·자산별로 보유비중을 결정하는 중장기적 성격의 글로벌 펀드가 상대적으로 보유비중이 낮은 일본·한국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외국인 매수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미국 시장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견조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반도체·전기전자·금융주 등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회복 신호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최근 외국인의 매수를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의 배경이 미 증시 급등 등 대외적 여건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고 줄여뒀던 한국시장 투자비중을 다시 채워가는 상황일 뿐이라는 것.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는 미국 시장의 강세와 글로벌펀드의 투자비중 조절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국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세적인 외국인의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은?

우선 미국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달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전문가들의 예상치(47.5)보다 훨씬 높은 49.4를 기록,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ISM 비제조업(서비스)지수는 54.5로 두달째 50을 넘었다.

이 지수가 50을 넘어서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 이에 힘입어 미국 다우·나스닥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경기에 영향력이 큰 반도체산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권 연구원은 "반도체 D램 경기가 지난 3월 저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거래소와 코스닥의 IT기업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6%와 113%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3분기에도 위축될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에도 당분간 경기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천29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3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로 3분기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서 경기위축 국면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3분기에 경기악화를 예상한 업체(33.0%)가 호전을 전망한 업체(21.5%)에 비해 여전히 많았으며 2분기(악화 30.2%, 호전 27.3%) 조사 때에 비해 악화 예상업체는 늘고 호전 예상업체는 줄었다.

상의는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끝났지만 북핵문제, 가계부채, 노사관계 등의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으로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경기위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LG투자증권은 연말까지 경제 성장률이 3%대에 그치는 경기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작년 4분기 6.8% 고성장 이후 올 1분기에서 연말까지 성장률이 3%대에 그치는 'L'자형 경기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뚜렷한 개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실업률의 추세적 상승으로 소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경기부진 속에서 하반기 물가는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작년 동기대비 2.9%까지 낮아질 것"이라며 "이같은 저물가는 연내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 부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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