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은 왜 잘 안오를까

입력 2003-06-10 15:00:00

모든 수험생은 공부한 시간과 학습량에 비례해 성적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공부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어떤 과목은 아무리 반복하고 다져도 성적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약 공부한 만큼 반드시 성과가 있다면 밤을 새워도 행복해 할 수험생이 많을 것이다.

교과서를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문제집을 수없이 풀어 보아도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때, 한없이 피곤하고 힘이 빠지며, 그로 인해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져 결국은 모든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교과서를 읽을 때마다 문제집을 풀 때마다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학습법은 없을까? 생산적인 책읽기란 과연 무엇인가? 입시전문가들과 학습이론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본다.

◇같은 실수의 되풀이

일반적으로 한 번 틀린 문제는 거듭 틀리기가 쉽고, 처음에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단원은 두 번째 볼 때도 대충 넘어가기가 쉽다.

또한 처음 공부할 때 하기 싫은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 싫은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따라서 성적 향상이 없거나 느린 과목에 대해서는 무턱대고 반복 할 것이 아니라 그 과목에 대한 자신의 학습 성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다시 되풀이해서 공부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이미 알고 있는 것 외에 달리 짚어보고 생각해 볼 내용은 없는가? 자신의 취약점이나 구체적인 심화 방법을 잘 알 수 없다면 그 단원을 다양하게 적용한 응용 문제나 다른 단원과 관련지은 통합 문제를 풀어보면 내용을 깊이 있게 다질 수 있는 방향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다시 보아도 왜 이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은가? 하기 싫기 때문에 다른 것을 다 보고 나중에 보겠다며 계속 미루지는 않았는가? 이런 경우는 만사 제치고 이것부터 뿌리를 뽑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엇이든 한 번 정성 들여 이해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진다.

셋째, 어떤 특정 단원이 계속해서 틀리면 그 단원과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위축되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자신의 판단력과 능력을 신뢰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확신이 설 때까지 계속해서 풀어보며 강한 근성을 기른다.

◇밑줄과 보충필기

교과서나 참고서를 공부할 때 밑줄을 긋고 여백에 수업 시간에 듣는 보충 내용을 빼곡이 적는 학생들이 많다.

다음에 복습을 할 때 쉽게 요점을 알 수 있고 다른 책을 참고할 필요 없이 한 권으로 다 해결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 무엇을 적거나 밑줄을 치고 표시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반복적으로 복습을 해도 별다른 진전이 없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책에 많이 적고 다양한 표시를 해두면 다시 읽을 때 밑줄 친 내용이나 필기한 내용 이상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또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진전시키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책에 아무 표시도 하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두는 것이 좋은가?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 보았는데 효과가 아주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의 학생들로 하여금 동일 과목 교과서를 두 권씩 준비하게 했다.

한 권은 수업 중에 마음껏 적어 넣고 표시를 하게 했다.

그런 다음 복습을 할 때 처음에는 선생님의 설명을 적은 책으로 공부를 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적지 않은 책을 읽으며 앞서 적었던 내용을 상기하게 했다.

그 다음에 다시 한 번 깨끗한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질문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그 교과 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풀게 했다.

틀렸거나 맞히긴 해도 확실히 모르는 문제들에 대해 틀리게 된 과정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왜 틀리게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설명하게 했다.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하고 난 다음 다시 한 번 교과서를 읽고 최종적으로 정리를 하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 학생들이 그 단원에 대해 완전학습이 이루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영어 책으로 이 방법을 적용해 보면 그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에는 모르는 단어에 뜻을 적고 한 권은 깨끗하게 비워 둔다.

단어 뜻을 적은 책으로 공부한 후 아무 것도 적지 않은 책을 다시 읽으며 단어의 뜻이 다 생각나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국어나 사회 과목에서 이 방법을 적용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수학이나 과학에서 어떤 단원이 반복적으로 틀리는 경우 그냥 문제를 많이 풀어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처음 접하는 자세로 그 단원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천천히 오래 음미해야 한다.

◇창의적인 책읽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형광펜으로 주요 내용에 밑줄을 친다.

다음에 다시 볼 때 전부 다 읽지 않고도 그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광펜을 이용하는 독서의 생산성에 대해 세계 여러 대학에서 연구와 토론을 했다.

형광펜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독서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놓으면 다음 읽을 때도 그 부분만 다시 보게 되어 처음 읽을 때 놓치게 된 주요 내용을 거듭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형광펜으로 밑줄을 쳐 두면 다시 읽을 때 처음에 받았던 느낌이나 생각이 그대로 떠오르기가 쉽고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진전시키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

따라서 문학 작품이나 시집은 아무 표시를 하지 않고 읽는 것이 직관력이나 상상력의 배양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깊이 있게 음미하고 재해석하기보다는 주요 정보를 단순히 반복해서 암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형광펜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각적 효과를 살려 핵심 내용을 눈에 확 들어오게 표시해 두면 단순히 반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형광펜을 활용하게 하는 사람이 많다.

시각적인 효과를 이용하여 무엇을 유형화하고 도식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광펜이 모든 경우에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형광펜 사용은 경직되고 획일적인 사고 습관을 형성하게 할 가능성이 많으며 깊이 있는 독서보다는 피상적인 책읽기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독과 다독

고 양주동 선생은 수필 '면학(勉學)의 서(書)'에서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글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절로 통한다는 뜻으로 어려운 글도 많이 읽으면 그 뜻을 깨치게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옛날 과거를 보던 시대에 통용되던 말이다.

그 당시는 평생 읽을 필독서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종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많은 책들을 백 번씩 읽을 겨를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이 능력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얻게 된다.

그 다음에는 선택한 책을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며 읽는 습관을 배양해야 한다.

백 번 읽어 이해하기보다는 한 번의 정독으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연과학 서적이든 인문사회학 관련 서적이든 내용을 철저하게 이해하게 되면 암기는 훨씬 쉬워진다.

어떤 내용이든지 처음 접할 때의 자세가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처음에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고 대충 읽으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도 역시 건성으로 넘어가기가 쉽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비록 진도가 느리더라도 수업 시간 중에 그 내용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독서, 앞으로 나아가는 공부라는 것은 결국 처음 접할 때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이해에 중점을 두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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