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일대 아까시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야 할 6월이지만 잎이 누렇게 변한 채 땅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것. 팔공산순환도로를 따라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아까시 나무 대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도로 변에서 포도를 팔고있는 손모(53)씨는 "여기 자리 잡은 지 8년째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예전에는 과일 주위에 들끓던 벌들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까시 나무가 말라 죽으면서 양봉업자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양봉농가들은 도시 온난화 현상으로 연 평균 기온이 크게 올라 개화 시기가 달라진데다 수확량마저 감소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벌꿀 전문가 안상규씨는 "보통 한 채에 50~60개 정도되던 꽃수가 30~4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면서 "집단 고사가 확산되면 내년 양봉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까시의 집단 고사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 연관된 이상기온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임업연구원 김경희 박사는 "예년 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와 가뭄으로 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 푸사리엄(Fusarium)이라는 곰팡이에 감염돼 아까시가 집단 고사한 것"이라며 "일단 감염되면 방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확산을 막는 외에는 별다른 대처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집단 고사 현상은 거의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지난 96년과 98년 대구.경북 지역에 아까시 나무가 집단 고사한 바 있고, 2001년 5월에는 영주.봉화.문경 등지에서 수천 그루의 대나무가 말라죽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순한 나무심기 위주의 숲가꾸기 정책은 숲의 밀도를 지나치게 높여 생존에 필요한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나무들이 병충해에 약해지게 된다는 것. 따라서 병충해의 발병 요인을 없애고 건강한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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