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업계 중국 진출 과열 양상

입력 2003-06-10 09:46:14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경제 회생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경우 최근 과열 양상을 보여 이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의 '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의 대중투자 현황과 향후전망' 보고서도 완성차 업계의 생산 부진에 따른 위험부담, 중국산 저가 부품의 역수입, 산업공동화 현상 등을 향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부품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장기적으로 완성차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철저한 시장조사 및 마케팅인력 집중 양성 등을 강조했다.

대구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의 생산·판매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만약 완성차 생산량이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진출 부품업체들은 부품단가 채산성 악화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또 지역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들의 해외진출 전략에 따라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생산 거점에 동시에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초기에 많은 자본을 무리하게 투자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위험부담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 부품업체들이 국내 완성차업계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해외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부품 직수출을 늘려 매출 확대 및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중국 진출이 중국산 저가 부품의 무차별 역수입을 유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산 저가 부품의 역수입은 지역 2, 3차 부품업체들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켜 도리어 지역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아직은 물류비용과 품질 불안정 등으로 중국 현지생산 부품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지 진출 부품업체들의 기술지도 등을 통해 품질 수준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산 저가 부품 역수입은 향후 지역 부품산업에 큰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실제 대구지역의 대중국 자동차부품 수입은 2001년 72.8%에 이어 지난해엔 99.4%나 증가했다.

전체 산업 차원에서도 해외진출 기업과 역내진입 기업간의 불균형이 가속화,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국내 및 지역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기업의 역내 유치를 위한 규제완화 등 기업환경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진출이 과열 양상까지 보이면서 현지 진출에 앞서 중국 투자 환경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직후 무분별한 중국 투자가 대부분 실패로 끝났음을 상기해 장기적 시장 검토 후 현지공장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

문인완 대구상의 기획조사 담당은 "중국시장에 대한 효율적 접근을 위해선 중국어에 능통한 기술마케팅 인력을 적극 양성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출 확대를 위해선 자사 부품과 설비에 대한 강점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인력 확충이 절실해 지역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와 공동으로 관련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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