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포럼-21C, 미국의 세기인가?

입력 2003-06-10 09:46:14

20세기는 인류역사상 평범한 세기가 아니었다.

20세기에 인류는 공전의 진보적 발전을 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식민지 체계의 와해, 과학기술 혁명을 통한 생산력의 대규모 발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의 점철이 있었다.

20세기가 가져온 인류의 희로애락은 과거 어떤 세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단한 것이었다.

확실한 것은 파란만장한 20세기의 역사를 통해 인류는 훨씬 성숙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에 인류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공전의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장기간 지속된 냉전체제로 인하여 세계 각국들 간의 관계는 심각한 대립구도 국면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인류는 세계평화를 유달리도 갈망하게 되었으며 21세기에는 평화, 안전, 발전, 협력의 신세기가 전개되길 희망하게 되었고 강대국관계 역시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인 희망인 평화와 발전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고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는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으며 준엄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냉전체제의 소멸과 함께 세계 대전의 발생 가능성은 대폭 감소되었으나 세계도처에서 아직도 국지전이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서방측 전문가들은 사회주의 최강국 소련의 해체로 인해 20세기에 사회주의 체제는 소멸로 갈 것이며 21세기는 미국인의 세기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0년대 초 걸프전쟁에서의 일방적 승리로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임을 확인시켰으며 미국의 독자적 패권을 견제하던 구 소련의 부재로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단독 패권의 추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의 국제적 상황은 미국의 국가 이익이나 세계전략에 협력을 거부하거나 반하는 행위를 하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인류의 평화유지(?)란 미명 하에 무자비한 무력보복이 감행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테러리즘의 제거란 명분으로 전개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나 알 카에다 조직의 파괴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끝났다.

그러나 전쟁의 결과 미국이 중앙 아시아 지역의 석유를 카스피해로 수송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설치하려던 송유관 매설 계획을 거부했던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었으며, 새로 탄생한 친미정권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란 구실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 역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종식되었다.

그러나 새로 탄생될 친미정권은 과거 후세인 정권이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과 체결했던 석유개발협정을 파기할 것이며 미국에게 이라크 석유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제공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는 제국주의' 라는 케케묵은 논리가 오히려 설득력을 가지게 하는 현실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200여 국가와 2천500여 민족이 각각 다른 언어와 문화, 풍속, 습관 및 종교신앙을 가지고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와 가치관, 사회 제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일극체제'보다는 '다극체제'가 세계발전의 객관적 규율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실제 상황은 미국의 패권주의 추구에 제동을 걸 수 없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일방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인류는 미국 통치하의 세계평화 배려(?)에 속수무책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21세기 초 인류의 최대 당면과제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며 세계의 경찰과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으로 하여금 어떻게 평온하면서도 보편적인 대국으로 국제사회에 연착륙시켜 세계 각 국으로부터 환영과 존경을 받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라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류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인류는 보다 성숙한 단계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21세기는 결코 미국인의 세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로 세계인의 관심이 또다시 한반도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최고 통치자에게 'this man' 이나 'easy man'으로 호칭하는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기가 딱 막히게 하고 있다.

장병옥(계명대교수 중국정치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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