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레저타운 시민주주 권익 봉쇄 의혹

입력 2003-06-09 11:37:14

박인원 문경시장과 문경시가 문경레저타운 조성을 앞세워 69억여원의 시민주금을 모금하면서 공모과정에서는 (주)문경레저타운의 지역개발사업 계획을 집중 홍보했으나 정작 청약회사 명의는 문경관광개발(주)라는 별개의 회사를 내세워 공모에 참여한 시민들이 향후 개발사업의 실질적 추진 주체인 (주)문경레저타운에는 주주로서의 기본권리를 거의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당초 문경관광개발(주)에서는 새재 입구에 관광위락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산업자원부에서 석탄합리화자금 200억원을 배정하겠다고 하자 훨씬 규모가 큰 (주)문경레저타운을 설립하게 됐다. 그러나 (주)문경레저타운을 설립하고서도 문경관광개발(주)은 합병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이를 통해 시민주를 공모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시민주주들의 권리를 사전 봉쇄하려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문경 지역개발 사업의 내용은 산자부 산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200억원, 강원랜드 150억원, 문경시로부터 150억원을 출자받고 시민 공모주 방식으로 100억원을 모금하는 등 모두 600억원의 자본금으로 (주)문경레저타운을 설립, 이를 사업 추진체로 삼아 문경지역 일원에 골프장과 콘도.스키장을 건설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에따라 박시장과 문경시는 지난 2월 3일부터 주식 공모에 들어가 4월 21일까지 모두 2만956명의 시민들로부터 69억3천90만원의 주금을 모았다. 그러나 주금을 모은 회사는 사업 주체인 (주)문경레저타운이 아닌 문경관광개발(주)로, 공모에 응한 2만여 시민주주들의 권리는 이 회사에만 국한돼 사실상 (주)문경레저타운에는 단지 사업실적에 따라 문경관광개발(주)에 배정되는 배당금과 주식가치 상승만 기대할 수 있을 뿐인 실정이다.

ㄱ창업컨설팅 조모(35)씨 등 지역 창투업계 관계자는 "2만여 시민주주들의 권리 행사가 불거질 경우 사업추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청약 당시부터 주식공모와 사업추진 업체를 각각 분리, 별개로 운용한 것 같다"며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개발 사업의 공모주 청약 방식으로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경관광개발(주) 조충억(63) 사장은 "공모주 청약 당시 주식 성격에 대해 특별한 설명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보통주"라며, 공모 시작후 4개월이 지난 9일에야 주식 성격을 처음 밝힌 뒤 "문경시가 (주)문경레저타운에 150억원의 주를 확보하고 있어 간접적이나마 시민주주들의 권리행사를 담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문경 박동식

권동순

엄재진기자

◈ 자본금 2억뿐 '실체'없는 회사

박인원 문경시장이 지역최대 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경레저타운 조성사업에 필요한 민간자본 부문을 시민주 형식으로 공모하면서 공모 주체로 문경관광개발(주)(대표이사 조충억)를 앞세워 시민주주들의 권리를 사전에 봉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문경관광개발(주)와 (주)문경레저타운의 실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시민주 공모주체인 문경관광개발(주)가 추진하고 있는 새재공원내 유희시설 설치사업이 지난 1997년 박 시장이 서울에서 고향인 문경으로 낙향해 문경발전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설립했다 지난해 해산한 (주)문경랜드(대표이사 박성옥)가 추진했던 사업내용과 사업장소가 같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왜 같은 사업을 반복해서 추진하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박인원 문경시장은 지난 97년 귀향 이후 자신을 비롯해 유모.소모.고모.박모(대표이사)씨 등 5명으로 자본금 20억원 규모의 (주)문경랜드를 설립하고 새재공원내 유희시설 부지 6천800평을 매입, 식당.상가 건립과 유희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해오다 지방선거전인 지난해 초 법인을 해산했다.

당시 이 회사가 추진하던 사업에 대해 문경시는 경북도와 두.세차례에 걸쳐 공원내 유희시설 부지에 식당.상가 건립에 대한 이견을 보이는 등 사업협의를 해오다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법인해산과 함께 최근들어 문경시에 유희시설설치 사업권자도 포기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박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되면서 자신이 추진하다 포기한 이 사업을 자신이 몸담았던 문경발전협의회 소속 운영위원 등 측근인사 10명을 중심으로 2천만원씩 투자해 자본금 2억원의 문경관광개발(주)를 지난 1월4일 설립하면서 시민주 모금을 통해 다시 추진해오고 있다.

이 회사의 정관에는 관광유희시설 설치,관광지 상가시설 운영,부동산매매 및 임대,눈썰매.스키장.골프장 조성 등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3월 8일 정관을 개정하면서 1만원권 주식 120만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결국 새재공원내 유희시설설치 사업은 사업주체가 (주)문경랜드에서 문경관광개발(주)로 법인만 바뀐채 관광유희시설 설치와 식당.상가시설 운영 등 사업목적과 문경읍 상초리 문경새재공원내 시유지 6천800여평의 위락시설부지라는 사업부지 등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경북도와의 사업협의 과정에서 문경관광개발(주)가 추진하려는 부지내 식당.상가시설 설치에 대해 경북도로부터 주변상가들과의 관계, 유희시설부지내 식당.상가설치 곤란 등의 이유로 단 한차례도 사업신청서를 올리지 못한 점도 (주)문경랜드 경우와 흡사하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도 사업성과 향후 사업자금 확보방안이 불투명하고, 유희시설운영 투자자 확보가 되지 않았고 자산이 전무한 등 검증되지 않은 문경관광개발(주)를 앞세워 2월부터 레저타운 조성 등 지역개발에 대한 시민설명회를 열고 공무원.관변단체 등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대대적 시민주 모금을 추진, 지금까지 시민 2만956명으로부터 69억3천90만원의 주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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