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일문일답>

입력 2003-06-09 11:52:51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숙소인 영빈관에서 수행기자단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3박4일간의 일본방문활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아쉬웠던 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일본방문 일정을)마무리 지으면서 여러가지로 심경이 착잡한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지도 못하고 유사법제 처리에 대한 대응과 과거사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 대한 곤혹스러운 입장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과거사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은데 대해 "이번에는 동북아 신질서에 대해 강력하게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민감할 수 있는 과거문제(에 대한 언급)를 회피한 것은 좋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일본방문의 성과에 대한 소회는.

▲꿈보다 해몽이 더 중요하다. (언론이)해몽좀 잘 해달라. 지금까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그 분위기 만들어 나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다짐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압력'을 얘기하는 것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까지 왔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동북아 구상에 대한 일본에서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구상하고 있는가. 그런데 기자회견중에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기자회견에 나올 때는 굉장히 긴장한다. 취재진들 앞에 서면 긴장이 된다. 동북아시대 문제에 관해서 제가 한국에서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이미 6.7년이 넘었다. 그 때는 제 스스로 개념이 분명히 있지 않아서 북방경제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했었다. 일본국민들도 경제자유시대 개념은 제시되고 있지만 정치적 안보적 협력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런 구상에 대해서는 익숙치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처지가 같지않아서 일본은 덜 절실할 것이다.

이 길로 가지않으면 옛날처럼 패권적 대결로 갈 지도 모르고 한국이 아주 어려워질지도 모든다. 새로운 질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경제부문에서는 계속 공동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얘기를 했다. FTA는 언제쯤 체결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가급적 빨리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쪽 속도가 좌우할 것이다. 약간 느린 걸음할 필요도 있다. 느린 걸음 가운데 갖춰나가야 할 국내적인 것도 있고 일본의 성의를 촉구할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적자가 확대되고 손해본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다. 기술격차가 있는 중소기업 어려움이 많고 이 부분에 있어서 조정이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착잡하다고 했는데 이번 방일에서 어떤 부분이 미진했다고 생각하나.

▲모든 선택이 선택의 이유가 1백대 0으로 명쾌한 경우는 없다.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게 마련이다. 과거사문제를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선택했지만 선택할 때부터 과연 잘 한 일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지문자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저런 것을 생각하면 이번 회담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우선 순위에 밀린 이런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오후 국회연설에서 일본측의 자성을 촉구하는 말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일본에 대해 주장하고 비난해서 그야말로 일본국민들의 인식과 자세가 세계 주도국가로 가게될 것이냐에 대해 저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일본국민들에게 맡겨둠으로써 저항감없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과거사)에 이렇게 결정하는 데에 우려했던 것은 국내여론이 더 두려웠다. 국내여론을 보고 국제관계 발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설사 국내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더라도 제 판단에 이 방향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고 일본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