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창업 신혜숙씨

입력 2003-06-07 10:00:18

주부 신혜숙(47)씨는 취미를 직업으로 키웠다.

그리고 창업 일년 만에 월 1천여만원의 고정 매출 실적을 기록하는 사업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신씨는 꽃을 이용해 돈을 번다.

국내에서는 아직 여성들의 취미활동 분야로만 인식되는 압화(프레스드 플라워, Pressed Flower)가 창업 아이템. 생화를 채취해 눌러 건조시킨 뒤 새롭게 배열, 컵받이·액자·열쇠고리·가구 등 각종 생활소품에 부착하는 공예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남해 '외도' 해상관광공원, 대구 두류관광정보센터 등의 판매 코너에 고정 납품하고, 최근엔 개인의 구매 요청도 조금씩 늘어 혼자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다소 벅찰 정도. 원자재 구입비 등을 빼고 남는 순수익은 월 400여만원이라고 했다.

혼자서 모든 공정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데다 우수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돼 여성경제인협회 창업보육센터에 작업장이 입주함으로써 점포 임차료 부담도 거의 면하게 됐다.

"공예품은 부가가치가 높아 제 상품을 갖고 가는 곳들이 다행히 모두 현금 결제까지 해 주고 있습니다.

회계는 잘 몰랐지만 돈이 빨리 돌아 사업이 비교적 일찍 자리 잡았습니다".

1998년부터 대구시내의 주부 대상 문화센터를 찾아 다니며 취미활동을 해 왔다는 신씨는 그곳에서 압화를 배우고 상업화도 생각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생각한 것은 2000년 말. 이후 서울 등 국내는 물론 일본·캐나다까지 다녔다.

압화가 발전해 있는 일본에는 무려 5번이나 갔다.

일본어를 못하면서 무턱대고 찾아 갔다가 말이 안 통해 손짓 발짓을 동원해야 했고, 관련 서적 한 권을 구하려 종일을 쏘다니기도 했다.

"일본에 가 봐도 여전히 작품 중심이었습니다.

상품화된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요. 그때 옳거니 싶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전망이 밝겠다는 확신을 얻었던 것입니다".

신씨는 작년 4월 집에서 창업했다.

중소기업청 자금 2천만원 등 필요한 창업자금 4천만원을 모두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다 원자재 구입비만 준비해도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이어서 그야말로 소자본 창업을 한 것.

"막상 사업체를 차리고 나니까 사 가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됐습니다.

손수 만들고 판로 개척까지 혼자서 하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업하는 남편을 설득해 주말·휴일마다 외지로 돌아다녔지요. 몇 달 뒤 외도 해상관광공원에서 제 물건을 보더니 월 500만원 어치를 고정적으로 사겠다고 합디다.

대박이 터졌던 셈이지요. 사실 창업 초기엔 반찬 값이나 벌면 만족스럽겠다고도 생각했거든요".

취미 삼아 재미로 할 때는 예쁘게 나오던 작품이 막상 상품화하려니 잘 안돼 적잖은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했다.

"꽃을 잘 말려야 예쁜 색깔이 나오는데 작년 여름 장마철에 작업하니 색깔이 자꾸 변하더라고요. 전기로 말리는 기계까지 샀지만 잘 안됐습니다.

결국 다시 모든 공정을 손으로 하기 시작했지요. 지난 여름엔 코피까지 자주 흘려야 했습니다".

좋은 꽃, 귀한 꽃을 확보해 두는 일은 신씨의 사업에 중요한 일. 그래서 매일 칠성시장 꽃시장을 둘러보러 나가고, 시간만 나면 산에 오른다고 했다.

산에서는 귀한 들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요즘은 할미꽃도 보기 힘듭니다.

쇠뜨기, 제비꽃, 냉이꽃도 마찬가지예요. 원료 확보가 제 사업의 관건이니 그런 꽃을 만나면 얼른 '잡아놔야' 합니다".

신씨는 꽃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원예치료사 자격을 땄고 요즘은 야간대학 원예과에 다니고 있다.

공부하지 않으면 돈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

"창업 절차와 경영을 알기 위해서도 공부해야 하지요. 그 다음엔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겠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인기 학과 비인기 학과가 따로 있다고들 합니다만 원예학과도 인기학과일 수 있습니다.

자기 하기 나름이지 않겠습니까". 신씨는 하찮게 보이는 꽃도 상품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신씨는 경주엑스포, 대구U대회 등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외국인에게 알려 수출길도 뚫을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기념품으로 손색 없다는 자부심도 엿보였다.

"KOTRA도 찾아볼 계획입니다.

살림 하는 '엄마'도 아이디어를 살리면 얼마든지 '수출 역군'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씨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053)355-336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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