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산업현장의 '임단투'가 예년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파업 파괴력'이 큰 공공부문 분규가 두드러진 데다 민간부문에서도 산별 노조가 직접 교섭에 나서면서 모양새가 달라진 것. 게다가 올해는 NEIS와 관련한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민주노총이 지원하는 형국이어서 노사간뿐 아니라 노정간 정면 충돌 가능성도 짙어지고 있다.
◇공공부문
공공부문에서는 일단 지하철노조가 먼저 치고 나갈 전망이다.
대구지하철노조가 처음으로 사실상의 파업 돌입을 선언한 가운데 부산·인천 지하철노조도 연대해 움직이고 있는 것. 지하철노조는 사용자측이 받아 들이기 어렵다는 △안전인력 확보 △1인 승무제 철회 △대정부 교섭 등을 요구,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하철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와 함께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바꾸는 투표도 실시해 통과시켰다.
전보다 투쟁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내보인 것.
여파가 우려되는 또 하나의 공공부문 파업은 대형 종합병원 노조와 관련된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의 보건의료노조는 올해부터 추진하는 산별교섭에 각 병원 사용자측이 미온적이라며 총력 투쟁에 나설 뜻을 비치고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 중단, 직권중재제 철폐, 산별교섭 등 민감한 사안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분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노조는 아직 앞으로의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으나 분규가 극점에 이르는 상황은 다음달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산별노조 차원의 동시 파업이 강행되면 대구·경북에서는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의료원·동국대병원(경주) 등 11개 대형 병원 업무에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노조와 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 등도 이달 중 공공부문 분규 대열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부문
대구·경북의 민간부문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35개 사업장 7천200여명)가 역내 분규 양상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올 임단협부터 사상 처음으로 전국 97개 사용자 대표들과 산별 공동교섭에 들어가 있으나 오는 11일 소속 노조 전체가 일괄적으로 쟁의조정 신청을 낸 뒤 18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기본급 12만5천141원 정액 인상, 주 5일 근무제 도입, 근골격계 질환 대책 수립,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다수 사용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업체 사용자측 관계자는 "개별 사업장 상황이 다른데도 산별노조라는 이유로 똑같은 요구를 내놓으니 업체에 따라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경기가 안좋은만큼 올해는 노조가 좀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대구지부 차차원 사무국장은 "사용자측이 제대로 협상에 나서지 않아 시간만 낭비해 왔다"며 "현대·기아차 등 대형 사업장이 소속돼 있는 금속연맹과 연대해 이달 말부터 총파업 등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 등 구미지역 사업장 5개의 노조원 2천700여명이 소속된 화학섬유연맹도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어서 화섬업계 분규도 우려되고 있으며, 전국 39개 금융기관 8만여명의 조합원을 가진 금융산업노조는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을 강행하면 즉각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조흥은행 노조는 이미 파업을 가결해 놓은 상태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올해 임금교섭 타결이 유례없이 늦어지고 있어 이달 말부터의 노사분규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타결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노정 대결 가능성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이미 발표된 투쟁 일정표에 따라 연맹 차원의 단체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 달리 소속 전 사업장 노조를 끌어들이는 형태의 총파업 가능성은 낮다는 것.
그러나 전교조의 NEIS 거부 연가투쟁일이 오는 20일로 다가오면서 민주노총이 대정부 압박을 위해 소속 노조를 총동원하는 전국적 차원의 총파업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NEIS를 강행하고 경제자유구역법을 다음달 시행한다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지난 2일 띄운 바 있다.
한국노총은 이례적으로 오는 30일 소속 노조를 총동원하는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노총은 4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주5일 근무제 도입과 조흥은행 매각 저지 등을 위해서는 대정부 총력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에서는 양대 노총이 참여정부 출범 후의 첫 임단투에서 세를 과시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대 노총 모두 6월말∼7월초의 집중 투쟁을 통해 힘을 보여주려 해 올 임단투에서는 노정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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