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풍기 人蔘

입력 2003-06-05 11:54:21

사람의 모습을 본뜬 듯한 인삼(人蔘)은 일찍부터 신비로움을 지닌 명약으로 여겨져 왔다.

'신농본초경' '본초강목' 등의 문헌에 엿보이듯 중국에서는 이미 한나라 무렵에 어느 약재보다 효능이 탁월하다고 인정했던 것 같다.

당나라 때의 '명의별록주'에도 '버금으로 고려(고구려) 삼을 친다'고 기록돼 있다 한다.

1843년 소련의 식물학자들에 의해 처음 '파낙스 진셍(Panax Ginseng)'이란 학명이 붙여졌지만, 이 학명에도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인삼은 '깊숙한 신비로움'을 거느리면서 세계에 널리 '환상의 영약(靈藥)'으로 알려졌던 셈이다.

▲당나라 때의 '본초몽전'에는 '요동(遼東) 삼은 황삼이라고 해 고려 삼에 비해 약효가 허하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의 인삼이 그 중 최상품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유럽에 소개된 한국 견문에 '꼬레아' 하면 인삼이 등장할 정도이기도 했다.

이런 사정으로 봐서 진시황(秦始皇)이 동방에 두루 사람을 보내 구하려 했던 불로초(不老草)가 인삼 중에서도 가장 좋은 산삼(山蔘)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인삼은 오가피나무과의 다년생 본초로 심은 지 6년 되는 해의 9, 10월에 채취하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성.풍기.금산의 인삼이 유명하다.

주성분인 사포닌이 폐와 늑막을 튼튼하게 하고 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신의 원기를 돋우고 혈액을 보충하며 맥절을 회복시킨다고 한다.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도 암 억제와 치료, 노화 방지, 당뇨병 등에 좋다는 연구가 이어졌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일대 22만여평의 부지에 대규모의 '풍기 인삼 랜드'가 조성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동양대 용역 결과에 따르면, 영주시는 경북도와 함께 내년부터 2008년까지 1천5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생명 마을' '휴양 마을' '생태 마을'로 나눠진 레저 단지, 유통 센터, 이벤트 광장 등이 갖춰지는 유통 단지를 꾸밀 계획이다.

이를테면 머물면서 즐기고, 그 효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풍기 인삼 테마의 복합적인 레저타운이 빛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랜드가 조성되면 풍기 인삼의 옛 명성을 되살리는 전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백산 국립공원과 희방사, 옥녀봉 휴양림, 풍기 온천,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등 이 지역의 관광자원들이 새롭게 각광받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근년 들어 우리나라의 인삼 산업이 중국.미국.캐나다 등에서 대량 재배되는 인삼들이 값싸게 쏟아지기 때문에 위축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차제에 우리 인삼의 성분과 효능이 확실하게 다르고 빼어나다는 이미지를 심으면서, 풍기에 지구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신기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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