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용상초교생 농업학교 입소, 농부아저씨 고맙습니다

입력 2003-06-05 11:55:18

생전 처음 발을 담근 무논에서 수 없이 휘청이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길게 늘어뜨린 못줄을 따라 한포기 한포기 모를 심는 어린이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다.

안동농협이 4일 안동시 이천동 지르네 마을에 논을 빌려 개설한 어린이 농업학교는 안동용상초등학교 6학년생 200여명의 고사리 손 농사일로 하루 종일 분주했다.

이날 농사 체험 주제는 우리 전통방식의 줄 모내기. 마을 어른들이 권농가를 부르며 잡아 주는 못줄을 따라 참가학생 전원이 350평의 논에 손수 모를 심은 것.

처음에는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논에 바로서기조차 어려워 했으나 이내 요령을 배우고 허리굽혀 가지런히 모를 심어 놓은 모습이 여는 농군이 한 것처럼 제법이다.

송인원(12)군은 "모심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내가 심은 모가 자라 쌀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농부아저씨들이 고생하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고 말했다.

일 한뒤 새참은 꿀 맛. 때마침 단오날이라 마을 어른들은 찰떡을 빚어왔고 농협부녀회에서는 오곡 주먹밥과 감주를 가져와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어 농악놀이가 곁들여 지면서 우리 농촌의 모내기 풍속 전과정이 자연스럽게 재현됐고 그제야 어린이들은 그 모습과 의미를 알게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을 인솔한 최병종 교장은 "요즘 아이들이 농촌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속에 살아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어린이 농업학교 입소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틈틈이 4천평 논농사를 짓는, 자칭 농군 최 교장은 "어린이 농사교육의 의미는 우리의 정서와 자연사랑의 마음을 일깨우는데 있다" 며 "여건이 어렵지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농협은 어린이 농업학교가 농촌 학습의 요람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벼수확때까지 학부모와 함께하는 주말농장 형태로 재배 전과정을 실제 체험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권순협 조합장은 "8월과 10월 메뚜기잡이대회와 추수감사제를 개최하고 수확한 벼를 학생들의 급식용으로 제공해 농사에 대한 흥미와 우리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겠다" 며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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