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노대통령에 대한 조급증

입력 2003-06-05 09:56:37

취임 100일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는 대선 당시의 지지층이 급속하게 이탈하고 있다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지난 연말 '노짱'을 목이 터져라 외치던 팬들은 앞으로 노 대통령 임기가 4년하고도 260일이 더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난리다.

"대통령이 되고서 변했다"거나 "노무현이 너마저"라며 비판을 한다.

바로 조급증 때문이다.

이 조급증 즉 서두름의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100~200년의 역사를 반세기에 축약시키다 보니 도무지 사회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느긋하게 앉아 있게 놔두질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다는 절박한 삶을 살아온 탓에 여유를 기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조급증만 있는게 아니다.

관용과 공존,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자세 또한 절대 부족한 합병증이다.

불치의 수준에 가까운 중증이다.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이다.

'내 방식대로'만 외친다.

아니면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자세다.

나와 우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생각이 다르면 그순간 적이 되고 타도와 극복의 대상이다.

공존의 미덕이나 관용의 자세는 찾기 힘들다.

도가 아니면 모, 모가 아니면 도일뿐 개나 걸은 안중에도 없다.

생각이 다르다고, 먹고사는 수준이 다르다고, 같은 집단 내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한다.

'더불어 함께 한다'는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중용(中庸)의 도를 강조한 공자님 말씀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절이다.

또 비슷한 예로 '맹자'에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의 고사가 있다.

자기 논의 모가 남의 것보다 덜 자란 것을 보고 빨리 자라라고 약간씩 잡아 올려 키를 맞추려다가 모두 다 말라 죽게 만들었다는 어리석은 농부의 이야기다.

퇴임 1백일이 남은게 아니라 취임 1백일이 지났을 뿐인 노 대통령에게도 같은 충고를 하고 싶다.

기다림과 인내심을 가까이 하고 조급증을 멀리해야 한다.

또 인기에 연연해 일희일비하거나 반대로 이를 의식, 작위(作爲)의 오류를 범해서도 안된다.

노 대통령이 약속한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보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간다'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나 '하늘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이 5년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우직함이 지나쳐 귀를 막는 고집스러움으로 변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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