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시대 이렇게 변한다

입력 2003-06-04 15:37:16

지난달 29일 삼성그룹내 사내방송 SBC(삼성방송센터)가 11만5천명(해외 직원 5만5천명 비포함)을 대상으로 캠페인성 권유방송을 내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직원 여러분. 우리 삼성 그룹에서는 6월부터 매주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선포합니다.

가급적이면 금요일 퇴근 후 부서별 회식을 금지해주시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회식을 하되 2차를 피해 주십시오. 그리고 폭탄주도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일 삼성그룹 홍보실 노승만 부장과의 전화 취재를 당시 상황으로 가상 재구성)

주5일 근무시대가 열리면서 기업과 유통업체, 레저여가업체, 금융업계 등에서 주5일 마케팅이 활발한 가운데, 금요일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주말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면 신에게 감사하는 TGIF(Thanks God It's Friday) 정신이 보편화돼있지만 이제 주5일 근무시대가 열리고 있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개인이 주도적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말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

◇삼성그룹, 금요일을 가정의 날 선포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금요일은 가정의 날' 선포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일단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직장생활에도 상당히 큰 변화를 몰고올 주5일 근무가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근무기강을 흔들고,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뜻이 숨어있다.

"주5일제를 실시하는 취지 가운데 하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금요일 근무를 시간내에 마치고, 회식을 하거나 술집에 가는 일 없이 가정으로 돌아가 재충전을 하거나 자기계발에 몰두하도록 하기 위해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한 것입니다".

노 부장은 현재 국내 경기가 어렵고 여러 가지로 불투명성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기본'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차금지, 폭탄주 자제 등의 절주운동과 근무기강 확립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운영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결돼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삼성은 주말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위한 주말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개 직장인들은 토요일날 반(半) 휴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요일 밤에 늦게까지 술마시고, 토요일날 오전에 대충 때우다가 오후에는 가족과 함께하기 보다는 집에서 퍼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보내고 나면 으레 후회가 따른다.

근무일과 여가일이 연결되는 금요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을 얼마나 의미있게 보내느냐와 직결될 것 같다.

삼성이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대부분 직장인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닌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국내 다른 기업체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금요마케팅

유통업계도 금요일 밤부터 주말이 시작됨에 따라 금요일 마케팅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 고객은 종전보다 조금 더 늘어나고 일요일 고객은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대구백화점 박병준 본점장은 "금요일에 더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감소하는 일요일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고정고객이 대부분이어서 고정고객에 대한 우대 판매를,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는 일시적인 고객이나 가족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패키지로 즐길 수 있는 마케팅을 만들고 있으며, 뜨내기 고객이나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주말 초특가 3일장도 선보이고 있다.

야외로 나가는 대신 쇼핑을 택한 일요일 고객에 대해서는 특별할인 혜택도 고려하는 등 일요일 고객잡기는 당면 현안으로 등장했다.

"아마 금요일에 극장 방영횟수 및 공연횟수를 증가시키고, 방송프라임타임을 설정하는 등 금요일을 겨냥하여 고객을 유인하는 금요마케팅이 중요하게 등장할 것"이라는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주5일 근무와 함께 30, 40대 남성, 중고등학생 등이 신소비자군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기존에 20대를 중심으로 행해졌던 각종 이벤트 행사, 할인서비스 등을 30, 40대에 확장하여 연령별로 세분화된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가족단위 복합체험형 문화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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